“우편 마차를 여러 대 연결한다고 기차가 될 수는 없다.”
혁신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과도 맞닿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초연결'이다. 초연결사회란 사람과 사물 및 공간이 인터넷을 매개로 연결돼 정보의 생성과 수집, 공유와 활용이 이뤄지는 사회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초고속 통신, 지식 전달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최고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췄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초'연결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초연결 사회는 단순히 새로운 차원의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의 연결 사회를 뛰어넘게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나 장소와 관계없이 초연결을 가능케 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연결되는 통신 시스템, 로봇 등 스마트 기기를 구동하는데 적합한 에너지원의 개발이 요구된다.
차세대 이차전지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새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원의 중요성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더라도 인류는 그전까지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수렵 채집에서 농업혁명이 발생하면서 가축, 바람, 물과 더 많은 사람들의 집약된 노동력을 필요로 했다.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인류는 기존에 활용하던 자원 대신 어마어마한 양의 석탄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3차 산업혁명에 이르러 인류는 또다시 전기 에너지의 수요를 폭증시켜 왔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어떠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주로 사용할 것인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에너지 소비와 생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존에는 더 많은 에너지원을 발굴함으로써 수요에 대응했다. 이제는 잉여 전기의 저장, 태양·화학·자연 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로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폐열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에너지 재활용 분야도 활성화되고 있다. 에너지 생산량을 떠나 얼마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가 하는 관점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에너지 수요는 생산과 저장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현재의 발전 체계는 발전소 중심의 대규모 전력 생산과 플러그인 방식의 대량 소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플러그인 방식의 소비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전기자동차와 인공지능(AI) 로봇 모두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다. 즉 플러그에 연결된 상태에서는 초연결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이에 따라서 이러한 기기들은 대부분 고효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즉 배터리에 의존하거나 자가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배터리가 시간이나 공간과 관계없이 환경 친화형으로 생산된 전기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받아 필요한 만큼 저장하고 효율 높게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존의 리튬이온계 이차전지 개념을 넘어서는 혁신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전력 생산 및 저장 기술을 과감하게 융합한 신개념의 융합전지 개발이 필요하다. 기존의 이차전지는 소재 개발 시 부닥치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론상 가능한 용량의 한계로 인해 전지의 부피를 키우거나 단위 중량당 용량을 증설해야 하는 한계, 주기 충전의 필요성, 대용량화에 따른 안전성 문제 등이다.
춘계전지학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19일까지 '4차 산업혁명에서 전지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정보 산업, 의료 산업, 서비스 산업에서의 전지 관련 연구 발표와 전문가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중기 KIST 에너지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한국전지학회장) leejk@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