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 복지다](6) 게임회사가 만드는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

#게임회사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발달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훌륭한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해주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큰지 모릅니다.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AAC 앱 리뷰 중에서

#올림픽에서 쫄지 말고 당당하게 경기를 펼치렴! 세계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돌아오거라^^

-스페셜올림픽 한국대표팀 응원 홈페이지 중에서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직원의 이메일 가장 아래에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영역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우리 사회의 질적도약을 위한 가치를 창출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2012년 6월 설립허가를 받은 단체다. 엔씨소프트가 이익 1%를 적립해 운영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회사다.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대형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주력 상품이다.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회사는 최근 몇 년간 문화재단을 통해 장애인용 SW 보급 사업에 꾸준히 투자했다.

◇발달장애인 의사소통 돕는 AAC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사업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보완대체의사소통(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이다. AAC는 말 및 언어 표현과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보다 원활히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이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만들어 2014년부터 무료로 공급했다. '좋다' '싫다'처럼 자주 쓰는 추상적 상징은 기본으로 제공하고 일반 사진이나 이미지로 대체할 수 있는 '사과' 같은 구체적 상징은 검색(구글 API)으로 내려받아 적용할 수 있다.

2014년 5월 태블릿PC 기반 한국형 'My First AAC'를 시작으로 2015년 11월 스마트폰 기반 '나의 AAC' 시리즈 3종(기초, 아동, 일반)을 선보였다. 지난해 3월에는 상징 출력(Print)이 가능한 PC 기반 '나의 AAC' 시리즈도 내놨다.

나의 AAC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3만5000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발달장애 아동을 둔 가정이나 특수교육기관이 주로 사용한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효과도 어느 정도 증명됐다. 김정연 조선대 교수(사범대 특수교육과) 팀에 따르면 나의 ACC를 사용한 어린이집에서 △의사소통행동 발생빈도 증가 △발성 모방 발생 빈도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총 20여만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8%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수는 매년 감소하지만 발달장애인은 매년 7000여명 정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보조 SW는 전무하다시피하다.

나의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차장은 “기존에 판매되던 AAC는 고가, 전용기기 사용이라는 점에서 보급에 어려움이 컸다”면서 “이를 고려해 이미 많은 사람이 가진 스마트폰과 PC 기반으로 '나의 AAC' 시리즈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올해 나의 AAC 시리즈를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한다.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의사소통판 SW(제작·편집) 별도 개발, 무료 보급 △교과목별·학년별 추천 의사소통판 추가 △클라우드 기반 AAC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특히 클라우드 환경(Open API)을 이용한 의사소통판 저장, 상호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14년 엔씨소프트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보완대체의사소통 앱 '나의 첫 AAC'
2014년 엔씨소프트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보완대체의사소통 앱 '나의 첫 AAC'
나의 AAC는 2016년 대한민국인터넷 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나의 AAC는 2016년 대한민국인터넷 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나의AAC 일반 메인 화면
나의AAC 일반 메인 화면
나의AAC 시리즈
나의AAC 시리즈
나의AAC 아동 버전
나의AAC 아동 버전
나의 AAC 공식로고
나의 AAC 공식로고

◇스페셜올림픽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이유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2013 동계 스페셜올림픽'부터 '2015 하계 스페셜올림픽' '2017 동계 스페셜올림픽'까지 3회 연속 스페셜올림픽 한국 대표팀을 후원했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이 겨루는 대회다. 올림픽, 패럴림픽(신체장애인 올림픽)과 함께 3대 올림픽 중 하나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한 2017 오스트리아 스페셜올림픽 한국대표팀 홈페이지는 대표선수 개개인의 다짐, 경기 장면을 제공하고 응원 메시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엔씨소프트는 홈페이지를 장애인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서는데 초점을 맞췄다. 장애인 가족은 물론 대중이 그들의 노력을 응원하며 가치를 인정하도록 꾸몄다. 대회 기간 내내 선수 한 명 한 명의 시합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매일 업데이트했다.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스노슈잉, 스피드스케이트, 피겨스케이트, 플로어하키 7개 종목에 출전한 65명 국가대표 사진에 각각 응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꾸몄다.

이 페이지는 서버에 영구보존, 언제든 웹에서 볼 수 있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 개인과 가족이 계속 영광스러운 순간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처럼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추구하는 장애인 복지 사업은 단순히 재원을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실제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가치를 키워 가는 것이 목표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전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 재단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2017 동계 스페셜올림픽 한국 대표팀 응원페이지
2017 동계 스페셜올림픽 한국 대표팀 응원페이지

<나의 AAC 구성, 출처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나의 AAC 구성, 출처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