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국정기획자문위 활동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규제성 공약의 실현 여부가 위원회 판단에 달렸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부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뿐더러 기업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비 기본료 인하 공약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통신 기본료를 폐지,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한 단계적 인하가 아니라 요금 1만1000원을 일괄 인하하는 계획이다. 롱텀에벌루션(LTE) 기지국 등 통신망 투자가 완료된 만큼 과거 설비투자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부과한 기본료를 유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봤다.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기업 영업 상황과 투자 비용을 감안해 제시한 공약이다. 문 대통령의 실현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2G, 3G망 사용자 기본료 우선 인하 등 세부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면 2014년 기준, 영업이익이 7조5000억원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통신 3사는 매년 통신망 투자와 마케팅비로 14조원을 쓴다.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면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통신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우려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허가 취소 공약도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미세먼지 저감 대책 일환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대상 발전소는 SK가스의 당진에코파워 1·2호기, 포스코에너지의 삼척포스파워 1·2호기 등이다. 이들 발전소는 이미 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착공하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사업권 인수, 각종 평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업 허가 취소로 발생할 손해가 수천억원에 달해 울상이다.
'공정률 10%' 기준도 애매하다. 착공하지 않았지만 사업권 인수, 조성 공사 준비 등 사전 절차를 감안하면 대다수 발전소 공정률이 10%를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미세먼지 저감 실효 논란도 따른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석탄발전소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에 근접할 정도로 개선됐다”면서 “이미 허가를 받은 석탄발전소 허가를 취소하는 것에 대한 득실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집단 개혁은 재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자사주, 우회출자를 통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고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전자·서면투표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사면권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임원이 모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모회사 소액 주주가 직접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재계는 악의적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며 걱정한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대기업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자칫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미국, 일본 등 20여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세 곳뿐이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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