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미국 특허 230건 골드피크에 처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팬택 사옥 모습.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팬택 사옥 모습.

팬택이 200여 건에 달하는 미국 특허를 일괄 처분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되지만, 팬택 스마트폰 기술력이 해외 제조사로 단숨에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않다.

팬택이 보유한 특허 일부에 불과하지만 현재 경영 위기가 지속되면 특허를 추가로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특허청(USPTO)에 따르면, 팬택은 지난 해 10월 31일 230건에 이르는 미국 특허를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골드피크)에 양도하는 데 합의했다.

골드피크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본사를 둔 특허 전문회사다. 팬택 특허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파트너로 추정된다. 200여건의 팬택 특허 권리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특허에 따른 로열티를 얻거나 특허를 침해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제 3자에 특허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골드피크는 설립 초반 미국 특허 전문회사 SPH 아메리카를 이끈 변호사 두 명을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영입했다. SPH 아메리카는 지난 200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가진 다수 특허의 독점적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다가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팬택이 골드피크에 다수 특허를 일괄 양도한 것은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청산 위기를 극복하고 쏠리드에 인수된 팬택은 지난해 517억원 매출보다 많은 596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아임백 스마트폰이 초반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목표 판매량(30만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낸 게 회사 재정에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현지 합작회사 설립 계약건도 미뤄지면서 직원 수를 100명 이하로 줄이는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앞서 팬택은 감사보고서에서 특허 수익화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언급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팬택이 보유한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는 각각 2036건, 1111건이다.

지문인식 등 앞선 스마트폰 기술력을 선보였던 팬택 특허가 헐값에 해외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술력이 부족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단숨에 치고 올라오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부 유출'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일부 특허를 수익화 하는 건 맞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