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에 이어 LG유플러스도 설치기사 정규직 전환을 추진, 통신사 전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협력사 폐업 문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LG유플러스는 협력사 설치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비정규직 설치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협력사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21일 협력업체 직원 5200명을 자회사를 통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만 정규직 문제가 남았다.
LG유플러스 전국 72개 서비스센터에는 2500여명 설치기사가 일하고 있다. KT는 2015년 10월 협력사 직원 4000명을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SK텔레콤은 2010년 고객센터·기지국 유지보수 업무를 자회사에 맡기고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건축물 외부의 인터넷 회선 작업 등을 개인도급기사에게 할당하는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공사업은 등록업체가 해야 하지만 편의상 협력사와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 등 '개인사업자'가 한 점이 문제가 됐다.
협력사가 설치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할지 아니면 원청업체인 통신사가 직접 정규직 채용할지가 관건이었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후자를 선택했고 케이블TV 사업자 가운데 전자를 선택한 곳이 많다. LG유플러스가 택한 방식이 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협력사 폐업 등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협력업체는 일종의 지역 중소기업으로 통신사가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이들은 회사를 잃는 셈이 된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케이블TV는 오랫동안 협력사와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정규직화로 협력업체가 폐업하면 이는 지역 상권침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이날 협력업체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의 업무 위탁 간접관리 방식으로는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발전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대표를 자회사 센터장으로 고용하는 등 보상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방송 설치 사업은 평범한 골목상권이 아니라 본래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을 중소기업에 외주화한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일감 뺏기가 아니라 비정상적 외주화를 대기업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