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에 상담기까지...AI가 바둑계에 활력 가져올까

알파고 로고<전자신문DB>
알파고 로고<전자신문DB>

구글 딥마인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바둑기사 랭킹 1위 커제 9단을 눌렀다. 시종일관 커제 9단 공세를 여유롭게 따돌리며 1년 전 이세돌 9단과 대국 때보다 더욱 빈틈 없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였다. 1년 동안 자가 대국을 통해 스스로 학습, 바둑에서 AI 우위를 재확인했다.

바둑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다. AI가 인간을 넘어선 상황에서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를 잡아 침체된 바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23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는 구글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커제 9단 대국 이외에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대국이 준비됐다. 26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간)에는 중국 프로 바둑기사 한 명과 알파고가 팀을 이룬 복식 경기가 열린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며 바둑을 두는 방식이다. 구리 9단과 알파고, 렌샤오 9단과 알파고 두 팀이 대국을 펼친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에는 알파고에 맞서 여러 프로기사가 머리를 맞대고 승부를 겨루는 단체 대국도 열린다. 중국 프로 바둑기사 5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알파고를 상대한다. 스웨 9단, 천야오예 9단, 미위팅 9단, 탕웨이싱 9단, 저우루이양 9단이 출전했다.

알파고가 지난해보다 더욱 강력한 실력으로 인간이 이기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일각에서는 AI 등장으로 인간 바둑 가치가 훼손될까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바둑 경기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딥젠고 이미지<전자신문DB>
딥젠고 이미지<전자신문DB>

향후 바둑 AI끼리 대국도 기대된다. 지난해부터 한·중·일 3국도 바둑 AI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중국은 인터넷 기업 텐센트 주도로 바둑 AI '싱톈'을 고도화했다. 온라인 비공식 대전에서 프로기사 대상 승률 90%를 넘기며 알파고 실력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커제 9단, 박정환 9단 등 최정상급 프로 바둑기사와 상대 전적에서도 우세하다.

일본에서는 소프트웨어(SW) 기업 드완고, 도쿄대, 일본기원이 손잡고 바둑 AI '딥젠고' 고도화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호선으로 대국, 1승 2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한국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240 대국을 펼친 결과 90%가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한국 랭킹 10위권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에도 최근 한국기원과 카카오 AI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손잡고 한국형 알파고 만들기에 나섰다. 카카오브레인은 자사 기술과 인력을 투입, 한국기원에서 제공하는 대국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둑 딥러닝 개발 플랫폼을 구축한다. 지난해에는 본지가 개최한 바둑대회에서 유창혁 9단과 원조 바둑 AI '돌바람' 대국이 벌어졌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바둑 AI 개발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바둑 경기, 한중일 3국 바둑 AI 대전 등이 바둑 활성화에 지속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