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불행' 역사, 이제는 끝내자

23일 대한민국은 정치사에 지워지지 않을 기록을 또 한 줄 썼다.

18대·19대 전·현직 대통령이 각기 완전히 다른 역사 현장의 자리에 섰다. 직전 대통령은 탄핵·구속 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에 섰다. 현 대통령은 '운명의 친구'이자 16대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국민들은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운명의 장난이다' '비극적 페이소스가 넘친다'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후련한가 싶더니 착잡하고, 쓰라린 것 같았는데 딱지가 앉아 근지러운 그런 느낌이 교차했다.

그러면서 언제쯤 가야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섞여 살 수 있는 날이 올까를 짐작하기에 이른다. 현직 대통령의 화려하고 인기 좋은 이날이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온전히 가득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지금까지 거듭된 비극의 결말에서 달라지려면 한 번은 고리를 끊는 변화가 필요하다. '집중된 권력은 결단코 부패한다'는 역사 속의 진리를 이번 만큼은 넘어서야 한다. 이번 정부에 주어진 그 변화의 단초가 개헌일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국가 권력 개념은 외부에서 이식돼 우리 것으로 녹아들지 못했다. 글로는 있되 말과 실천으로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박제된 규정에 불과했다.

끝은 또 다른 시작과 만난다.

이날 직전 대통령이 잘못된 권력 역사의 끝에 섰다면 현직 대통령은 새로운 국민 권력 시대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이 시작이 과거와 같은 종착점에 이른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다시 불행해진다. 국민이 행사하는 권력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이 땅에 영원하지 않음을 이번 정부는 보여 줘야 한다. 국민이 국가와 권력의 주인이다.

[사설]'권력=불행' 역사, 이제는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