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처 업무보고, 생산적 토론의 시간이어야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가 시작됐다.

국민들로선 정부가 이미 출범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80%가 넘는 시기에 더 무슨 인수를 위해 업무 보고가 필요한지 의아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이 절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행여 이 보고가 지난 정부의 장관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부처 고위 공무원을 가려내거나 심지어 줄 세우기 할 의도가 실리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경제2분과 소속 김정우 의원은 업무 보고에 앞서 보고 성격에 대해 나름대로의 규정을 내렸다. 김 의원은 “오늘은 첫 업무 보고라기보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정부 부처와 논의하고 협업해서 새로운 국정 과제를 만드는 첫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 등을 시작으로 사흘 동안 22개 부처가 문재인 정부 철학에 맞춘 갖가지 정책 어젠다와 아이디어를 내놓고 설명한다. 그 가운데에는 흔쾌히 받아들여져서 곧바로 시행될 계획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두고 고민하거나 아예 배제되는 것도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협의와 토론이 단순히 보고자와 수용자 시각에서 갈라놓고 보면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생각은 가로막힐 것이고 아이디어는 나오다가도 끊어질 것이다.

주지하듯 이번 정부는 방향도 잡기 전에 출발했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검증을 거쳤다고 하지만 일단 임기부터 시작된 정부다. 필연으로 가면서 세밀한 조정을 해야 하고, 어쩌면 거슬러가는 일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에 대한 부처 업무 보고는 보고가 아니라 협의와 토론의 시간이어야 한다. 국정 과제 줄기로 이어지는 잎과 잔가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중간에 갈라지고 부러질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만들어서 줄기를 굵게 만들어 가야 한다. 가지치기는 필요할 때 하면 된다.

이번 정부는 뭐든 처음 해보는 것이 많다. 이번 업무 보고 형식과 내용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거목으로 키우는 시작이어야 한다.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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