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빚은 망이용료 갈등과 관련해 '한국 규정에 따르겠다'는 진척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망이용료 문제를 사업자 간 협상에 일임하기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정부가 이용료를 포함한 협상 원칙 등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24일 “'현지 국가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게 페이스북 본사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망이용료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이나 규정이 없더라도 한국 정부가 전체 국민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설득한다면 합리화 수준에서 수용할 수 있다”면서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선거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요청을 따르는 게 좋은 예”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은 국내 통신 산업의 특수성과 정부 권한을 존중하겠다는 뜻이어서 기존 입장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페이스북코리아는 트래픽 증가는 통신사업자 문제로, 콘텐츠 사업자(CP)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가 망이용료 갈등을 빚다가 일부 회선이 끊기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등 페이스북 이용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해외 CP가 망이용료를 내야 하는 한국 내 근거가 없다는 점,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증설 의무는 통신사에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망이용료 납부를 거부해 왔다.
페이스북이 진척된 입장을 밝히면서 해외 CP에 망이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국내 근거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률로는 근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통신사와 CP가 자율 협상에 의해 망이용료 수준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조차 '사업자 간에 협상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방치할 게 아니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트래픽이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 국내 통신 인프라 이용 대가를 부담하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원칙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도 저하 등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다면 통신사뿐만 아니라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페이스북에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통신사는 물론 국내 인터넷 기업 등 ICT 전체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와 CP는 전용회선료를 통신사에 지불하는 데 반해 글로벌 사업자는 망을 공짜로 이용한다면 역차별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역차별이 계속되면 경쟁력에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역차별 구조가 이어지면 대형 포털은 물론 국내 스타트업이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역차별 해소를 위해 인터넷 기업이 모여 정부와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