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9>적당한 부패가 편하다고?](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8054_20170529130440_419_0001.jpg)
①“아픈 친구. 병실 하나만 빼 줘.” 어렵게만 보이던 입원실이 의사인 조카 덕분에 마련했다. ②“급한 대출이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지?” 은행에 근무하는 친구 덕분에 전세금 문제가 해결됐다. ③저녁 늦게 들어가면 주차하기 어렵던 건 지난해 얘기다. 경비 아저씨에게 약간의 용돈을 드리면서 주차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④친한 연출자에게 부탁해서 공연장 앞자리를 확보했다. 동반자에게 체면치레 확실히 한 날이다.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관행'이라고도 하고, '세상을 사는 지혜'라고까지 한다.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병역 의무를 면탈하는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여전히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적당하게 부패한 사회가 주는 특별한 혜택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혜는 비록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해도 관계나 힘의 논리에 의해 이뤄지는 불공정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9>적당한 부패가 편하다고?](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8054_20170529130440_419_0002.jpg)
우리나라 전체가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에 몰입돼 있다. 축적된 폐단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사회 합의에 이른 것이다. 물론 힘·권력·부에 의한 비정상 작태나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피해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고, 정경유착으로 쌓아 온 결과들은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적폐 청산은 시작에 불과하다. 실제로 투명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관행으로 치부해 온 사소한 특혜까지도 중단돼야 한다. 국가나 정부가 아닌 '나' 스스로가 적당한 부패마저 거부할 때 가능한 일이다.
부패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각한 부패는 사회를 급속히 무너뜨리고, 결국은 개인과 사회 모두를 붕괴시킨다. 모든 국가가 부패의 원인을 철저히 제거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늘 예기치 않은 장애에 부닥치곤 한다. 적폐 청산을 해야 하는 주체가 부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편의를 위해 적당한 부패를 남겨 놓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강한 번식력으로 전체를 부패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적폐를 청산, 투명한 사회를 재창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19>적당한 부패가 편하다고?](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8054_20170529130440_419_0003.jpg)
다행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컴퓨터가 업무를 관리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관심의 대상인 인사와 평가를 컴퓨터가 대신하면 상당한 특혜와 부정은 사라지고, 관리를 컴퓨터에 위탁함으로서 부의 권력을 유용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가진 자의 성찰에서 시작된다.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기업인, 학자를 막론하고 사회지도층이 거머쥐고 있는 권력과 부를 스스로 내려놓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하다. 가지지 않은 자와 평등하게 경쟁하는 틀을 만들어야 공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자에게 부와 권력을 버리라는 요구는 현실에 맞지 않다. 오히려 이들의 힘을 유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특혜는 곧 악의 표현이라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자신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한다. 밝은 미래를 위해 자신의 힘을 타인과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살 만한 대한민국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적폐 청산은 정부의 역할이라기보다 국민의 몫이라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