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4차 산업혁명,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

[미래포럼]4차 산업혁명,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

중국 저장성 퉁샹시 우전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바둑 랭킹 1위 커제 9단의 대결이 3대0 AI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지난해 이세돌과의 대국 이후 한층 업그레이드된 알파고는 이전보다 연산 능력을 약 10분의 1로 떨어뜨렸지만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은 대폭 강화했다.

자신과의 대국(강화 학습)으로 기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내로라하는 중국 바둑 기사 5명이 총출동해서 머리를 맞대고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강력해졌다. 이미 바둑 애호가 사이에서 알파고는 '알 선생' 또는 '알 사범'으로 불린다. 직접 대국을 벌인 커제 역시 알파고를 “바둑의 신 같다”고 표현하며 눈물을 훔쳤다. 바둑만큼은 AI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듯하다.

알파고가 바둑을 위해 개발된 AI이긴 하지만 기존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학습을 통해 커제 9단에 압승한 방식은 인간 사회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 AI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다. 스스로 사고하는 범용 AI가 인간을 도와 질병 진단,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룰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되면 AI와 로봇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란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내 일자리의 52%가 로봇이나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운수업을 포함한 고위험 업종 종사자, 단순 노무자, 일반 판매 종사자 등이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AI와 로봇은 우리 일자리를 모두 대체할 것인가. 2015년 미국의 경영 컨설팅 전문 회사 매킨지는 미국 내 800개 직업을 대상으로 업무 활동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 가운데 창의력을 요구하는 4% 업무와 감정을 인지하는 29% 업무는 AI가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했다. 전문가·전문직 관련 종사자나 관리직·서비스 종사자는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옅으며,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 전체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일부만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 쉽다'는 미국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베츠의 역설이 있다. 인간은 걷기, 듣기, 보기, 의사소통 같은 일상 행위는 매우 쉽게 할 수 있지만 복잡한 수식 계산을 위해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반면에 컴퓨터는 인간이 하는 일상 행위를 수행하기 매우 어렵지만 수학 계산, 논리 분석 등은 순식간에 해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어른 수준으로 체스나 바둑을 두는 AI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대체로 쉽지만 어린 아이 수준의 운동 능력이나 지각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모라베츠는 이러한 원인을 인류 진화에서 찾았다.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도 “인류는 수억년 동안 진화한 감각 운동 능력이 있다”며 이를 탑재한 상태로 태어난 인간을 쫓아갈 수 없는 AI의 한계를 시인한 바 있다.

AI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아직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로봇 진화에 따라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과도한 공포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인간과 로봇이 상호 보완하고 공존하는 세상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고용 예측 분석 자료에 따르면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정착 정도, 생산 자동화 진행 정도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성공하면 최대 64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신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채 자동화만 급격히 진행된다면 최악의 경우 164만개의 일자리가 증발될 수도 있다는 충격을 주는 결과가 나왔다.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국가나 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으로 창출되는 신규 일자리의 80%는 정보기술(IT) 관련 일자리이며, 위험하고 단순한 업무는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은 기정 사실화됐다. 얼마 전에 있은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자동화로 수천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일수록 기업가의 창의 정신이 더 많이 요구된다”며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미래 문제에 정면 대응할 것을 제안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말처럼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창의 도전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노동 시장의 변화를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려는 국가·사회의 노력과 함께 창의 인재를 지속 양성하고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근본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정하 티라유텍 대표 jason@thirau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