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진 과기·산업 부처 인사…정치에 밀린 4차혁명 대응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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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와 내각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독 과학기술과 산업 관련 인사만 늦춰져 우려가 커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과학기술보좌관과 경제수석 발표가 미뤄지고, 내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부처로 승격할 중소기업청의 수장 인선도 오리무중이다.

과학기술과 산업 부문은 새 정부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 성장을 최일선에서 책임질 주요 정책 라인이다.

30일 청와대가 발표한 장·차관 인사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할 주요 보직 인사는 이번에도 유보됐다.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강조했지만 인사 지연 우려가 현실화됐다.

현재 공석인 과학기술계 보직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미래부 제1차관이다.

과학기술보좌관은 새 정부에서 신설된 자리다. 정책실장 직속의 차관급 보직이다. 각 수석비서관 임명 때 함께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책실장 인선 이후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21일 장하성 정책실장 임명 후에도 과기보좌관은 인선되지 않았다.

역할 정립이 분명치 않은 것도 문제다. 정책실장 직속 과기보좌관은 참여정부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 유사한 형태다. 이번 정부에서 '정보'가 빠졌다. 당장 정보통신기술(ICT) 관할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 제기됐지만 청와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선과 역할 정립이 계속 미뤄지면 현장 혼선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과학기술보좌관에 유웅환 박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거친 유 박사는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일자리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 분과 등을 맡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미래부 1차관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공석이 됐다. 홍남기 전 차관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 정부 조직 상 미래부 1차관은 과학기술 정책·행정의 정점이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과학기술 정책 동력에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

1차관 공석이 한 달가량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하마평도 없는 상태다. 현재 본부 조직 내에서 승진 가능한 실장급 인사는 이진규 연구개발정책실장, 홍남표 과학기술전략본부장 정도가 꼽힌다. 이들 모두 과학 행정 경험이 있는 정통 관료다.

고경모 창조경제조정관도 교육과학기술부 근무 경험이 있는 실장급 인사지만 과학 행정 경험은 다소 적다. 현재 맡고 있는 창조경제 업무 자체가 미래부에서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 홍남기·이석준 전임 두 차관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온 점을 감안하면 기재부 출신 차관이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계에서는 실물경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 인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와의 조직 개편 논의, 통상 업무 이관 등 현안에도 산업부 장관 인선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산업부 장관 하마평에는 여당 인사와 산업부 출신 기관장, 내부 승진 인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떠오르는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부처로 승격할 중기청장 후보도 학자와 중소기업계 인사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최종 인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 원칙 논란이 불거지고 야당과의 협치가 우선순위로 떠오르면서 과학기술과 산업 관련 인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일자리·경제 수석과 주요 부처 장관 인선도 관심이다. 일자리수석은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안현호 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자리수석은 각 부처와 기관에 산재한 일자리 관련 정책을 총괄한다. 내정설이 알려지면서 일부 노동 단체에서 반발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 실물경제를 담당할 경제수석 인선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정책실장 직속인 경제보좌관 하마평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