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읽으며](https://img.etnews.com/photonews/1705/958716_20170530200133_120_0001.jpg)
네덜란드의 젊은 역사학자이자 경제학자 로데베이크 페트람이 쓴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이 책은 400년 전 세계 최초 주식 거래자의 발자취를 따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당대의 유럽 사회상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했다.
당시 암스테르담 시민은 옵션, 선도 거래, 호가 등의 단어부터 '작전'까지 현대 증권가에서 쓰이는 용어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1602년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가 설립되면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지금의 대기업에 해당하는 동인도회사는 네덜란드 공화국을 대표하는 회사였다. 당시 치열한 해상무역에서 다른 유럽 국가보다 더 큰 규모의 동방무역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본 조달 방법은 주식 발행이었고, 이는 곧 사람들 간에 활발한 지분 거래로 이어지게 됐다.
네덜란드는 증권거래소로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당대 유럽의 해상 강대국들을 제치고 동방무역의 선두 주자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증권거래소의 역사와 배경은 '산업혁명'처럼 널리 회자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주식회사와 주식거래는 산업에서 증기기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동양과 서양은 비슷한 수준에서 발전해 왔다. 문화나 기술은 동양이 더 앞서기도 했다. 단순히 기술 혁명만으로 서양이 앞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최초의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에 일어났다.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
특히 최초의 증권거래소는 바다를 건너 더 큰 기회를 찾는 모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400년도 더 지났다. 우리 주식시장은 세계 10위권의 규모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많은 규제에 갇혀 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아래 시장 역동성을 가로막는 규제가 많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주장이다. 금융 경쟁력이 곧 산업 경쟁력이다. 금융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낼 때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