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국내 정식 출시(5일)를 앞두고 지난 주말 사전 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애연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5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아이코스' 전용 스토어에서 국내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구입하거나 지인을 통해 접해 온 흡연자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필립모리스가 사전 판매 대수와 입장객 수치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반응은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지는 등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코스는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특수 제작된 담배 대용 제품인 '히츠(HEETS)'를 불에 태우지 않고 히팅하는 전자 기기로, 연기나 재가 발생하지 않고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 담배 연기보다 냄새도 덜한 니코틴 함유 증기가 발생한다. 아이코스 전용 히츠는 실제 담뱃잎을 사용한 연초 고형물로 제조돼 담뱃잎 고유의 맛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국제 기관이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된 유해성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돼 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아이코스를 비롯한 타지 않는 담배 대용 제품 연구개발(R&D)을 위해 2008년부터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까지 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를 비롯해 25개국에 출시, 200만명 이상의 흡연자를 이용자로 전환시켰다. 특히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초기 물량이 부족, 대기표를 뽑아 구매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필립모리스는 전용 스토어를 찾은 흡연자를 위해 아이코스 사용법을 비롯한 관리법 등을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전자 기기인 아이코스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12만원이지만 성인 인증이 필수인 공식 웹사이트에 가입해서 특별구매 코드를 발급받아 아이코스 판매처에 제시하면 9만7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아이코스 출시 이후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전자담배 '글로(GLO)' 출시 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BAT코리아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8월 출시를 목표로 대응한다. 현재 일본 센다이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글로를 7월부터 도쿄·오사카 등으로 확대하고, 8월 한국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일본에서 글로는 기계값 8000엔(약 8만원), 연초는 420엔(약 42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 판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외국계 담배업체의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소식에 국내 담배업체 KT&G도 대응에 나섰다. 국내 담배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KT&G는 그동안 전자담배 시장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 때도 KT&G는 정중동 스탠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등 시장 변화가 예상되자 지난해 5월 전자담배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난 수십년 동안 KT&G는 국내 담배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변화하는 업계의 트렌드와 외국계 담배회사의 공세로 시장을 뺏길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형태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KT&G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의 제조 설비 발주 의뢰를 독일 회사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발주한 것은 디바이스 및 스틱 개발은 물론 스틱 규격, 향 등 제품 전반에 관한 사항 개발을 끝마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KT&G는 출시 시기가 경쟁업체보다 다소 늦더라도 외국계 업체의 신제품과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더욱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열렸지만 과세 규정의 모호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정부의 유권 해석에 따라 아이코스는 일반 궐련이 아닌 '연초 고형물을 사용한 전자담배'로 분류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는 담배소비세 g당 88원, 건강증진부담금 g당 73원의 세금이 매겨졌다. 일반 담배보다 낮은 '전자담배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소비세의 경우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파이프 담배'에 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한다. 현재 일본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파이프 담배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으며, 국내 파이프 담배 개별소비세는 g당 21원이다.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갑당 2000원가량의 세금이 붙는다. 일반 담배의 약 60%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모호한 과세 체계에서 세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로 분류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증기를 이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 또는 파이프 담배, 기타로 정했다. 국가별 세금 역시 영국의 경우 일반 담배 대비 12% 수준으로 가장 낮고, 오스트리아가 55%로 가장 높다. 이 밖에 네덜란드 16%, 크로아티아 30%, 이탈리아 47%다. 60% 수준인 국내가 세금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개별소비세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출시를 미루다가 국회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일단 임시 적용을 받아 출시하게 됐다”면서 “이른 시일 안에 개별소비세가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