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 컴퓨텍스의 주인공은 스타트업이었다. 에이수스·기가바이트·MSI 등 대만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유명 기업들이 큰 부스로 전시장을 채웠지만 컴퓨텍스 주최 측은 스타트업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스타트업 전시관 '이노벡스' 확대
컴퓨텍스를 주관한 대만 타이트라와 타이베이컴퓨터협회는 타이베이국제무역센터 전시장 3홀에 스타트업 특화관 '이노벡스'를 마련했다. 작년에 처음 생긴 이노벡스는 올해 그 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보다 60여개가 늘어난 총 272개 스타트업과 인큐베이터가 참가한 것이다. 272개 중 약 60%가 대만 스타트업이고, 한국·중국·일본·프랑스 등 23개국 다양한 기업이 타이베이를 찾았다.
대표적으로 대만 출신 UC 버클리 졸업생과 동료 연구생들이 설립한 바이오인스피라는 대기 오염 모니터링과 오염 조기 탐지 및 예방 서비스를 위한 가스 탐지기를 선보였다. 프랑스 템파우는 이동성을 강조한 블루투스 솔루션으로 전시회에 참가했다. 또 네덜란드 트래비스 더 트랜스레이터는 목소리를 감지해 실시간 통역할 수 있는 소형 AI 통역기를, 한국 소닉더치코리아는 세계 최초로 음파진동과 음악을 이용해 저온의 물로 콜드브루 커피를 추출하는 장치로 눈길을 끌었다.
◇대만을 스타트업 거점으로 육성
주최 측은 이들 스타트업 초청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우리나라 코트라(KOTRA)나 D캠프와 같이 스타트업 관련 기관을 통해 유망 기업을 선별하고 초대했다. 전시 부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항공료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월터 예 타이트라 사장은 “스타트업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기술들은 최근 몇 년간 세계 ICT 분야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면서 “이런 트렌드를 컴퓨텍스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1981년 개최된 컴퓨텍스는 PC 산업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 세계 컴퓨팅 기기의 3분의 1 이상이 대만 기업에서 생산돼 컴퓨텍스는 자연스럽게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대 PC 연관 산업 전시회가 됐다.
컴퓨텍스가 스타트업에 공을 들이는 건 대만 산업 발전 전략에 맞닿아 있다. 대만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과 신기술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다. 가트너에 따르면 IoT 솔루션의 50% 이상이 설립 3년 미만의 스타트업에서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정부는 대만을 세계 스타트업 거점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차세대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강하고 중소기업이 발달한 대만의 특화 전략인 셈이다.
월터 예 사장은 “대만의 풍부한 제조 인프라는 신산업 성장에 최적”이라며 “대만이 스타트업과 IoT에 주목한 이유”라고 말했다.
컴퓨텍스는 이런 연장선에서 세계 스타트업이 모이고 자신들의 기술을 소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천젠런 대만 부총통은 “컴퓨텍스는 IoT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대만 정부의 개발 계획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기획됐다”며 “대만을 글로벌 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의 전략적인 거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더욱 공고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컴퓨텍스는 6월 3일까지 열리며 스타트업 외에도 인공지능, 로보틱스, 게이밍과 가상현실을 주제로 전시가 꾸며졌다.
타이베이(대만)=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