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승을 부린 랜섬웨어 '워너크라이 대란'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닥쳐올 보안 위협에 대비하지 못하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진승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은 “초지능·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 그만큼 보안 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지능화로 급속 발전한 기술은 도리어 사회를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는 얘기다. 애써 개발한 인공지능(AI)이 해커의 손에서 보안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사이버 무기로 탈바꿈할 수 있다. 초연결된 통신 환경은 취약점을 양산하고,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수많은 센서가 외부의 해킹 공격으로 인해 '좀비 컴퓨터'로 전락할 위험도 적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발달된 지능화 기술은 보안을 깨는 강력한 무기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는 그만큼 취약점도 많아지게 됩니다.”
진 본부장은 보안 위협의 강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앞으로는 보안 위협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세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핵 관련 시설, 도로 교통 체계, 항공관제 시스템이 공격을 받으면 대규모 재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랜섬웨어가 IoT 환경을 조종, 데이터 정보 대신 사람을 인질로 잡을 수도 있다. 해킹으로 얼마든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만약 자율주행자동차가 충분한 보안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사람의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탑승자를 감금하는 감옥으로 쓰일 수 있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병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ETRI가 최근 대규모 첨단 보안 기술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는 최근 스스로 보안 체계 형태를 바꾸는 '사이버 자가 변이' 기술 개발에 7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체계를 바꿔 공격자의 취약점 파악을 어렵게 하는 기술이다. '앱 스토어'처럼 여러 개의 보안 관련 단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한 클라우드 기반의 보안 플랫폼 개발에도 약 80억원을 부담한다. AI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능형 인큐베이팅' 기술 개발에도 54억원을 투입한다.
진 본부장은 “미래 정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번 랜섬웨어 사태와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