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전자 창원2공장. 넓은 공장 안에서 라인을 따라 트윈워시, 건조기, 스타일러 등 LG전자 의류관리 가전제품이 11초에 1대씩 생산되고 있었다. 이 제품들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공급된다.
건조기와 스타일러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해 창원공장은 한층 바빠졌다. 창원공장에서 올해 생산한 트윈워시와 건조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와 30% 늘었다. 스타일러는 무려 150% 이상 증가했다.
의류관리 가전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미 1월부터 생산라인은 풀가동 중이다. 특히 국내 판매용 건조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생산성 높이고, 원가 혁신
LG전자는 최근 2년간 생산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설비 투자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의류관리 가전 제조라인 자동화율은 60%대에 달한다.
제조라인 입구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몸체인 '캐비닛'을 접는 자동화 장비가 있다. 이 설비는 평면으로 펼쳐져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캐비닛을 1초도 안 돼 'ㄷ'자 모양으로 접는다.
라인 곳곳에는 작업자들이 움직이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동시에 작업자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부품을 자동으로 옮겨주는 자동 운반 설비가 돌아다닌다. 천장에 설치한 약 20m 길이 트롤리가 무겁고 부피가 큰 세탁조를 쉼 없이 제조라인에 보내주고, 작업자 옆쪽에 있는 부품 자동 공급 설비가 도어, 상판 등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옮긴다.
조립 공정이 끝나면 품질 검사가 시작된다. 세탁통 내부에 물을 채워 헹굼과 탈수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고, 건조기에 전원을 연결해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품질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포장 공정으로 넘어간다.
제조라인 입구부터 컨테이너에 실리는 순간까지 채 15분을 넘지 않는다. 컨테이너에 실린 제품은 국내 판매 물량은 전국 물류 창고로, 수출용은 부산항으로 각각 배송한다.
모듈화로 원가도 혁신했다. LG전자는 가전업계 최초로 2005년 세탁기 제품에 모듈러 디자인을 도입, 현재 3~4개 모듈만으로 세탁기와 건조기 등을 제조한다. 모듈러 디자인이란 제품에 필요한 여러 부품을 통합하고 표준화해 레고블록처럼 독립된 패키지로 만들어 다양한 모델에 동일 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비와 부품비 등 원가를 절감했다.
◇극한 테스트로 10년 써도 한결 같이
지난달 초 미국 소비자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조사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세탁기'에서 LG전자 세탁기와 건조기가 1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튼튼하고 안정적인 제품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내구성을 인정받는 것은 LG전자가 극한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의류관리 가전을 생산하는 A1동 뒤쪽으로 제품 성능을 책임지는 신뢰성 시험동이 있다. 2층 건물인 신뢰성 시험동은 500대 이상의 제품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 1층에서는 세제 투입 시험 등을, 2층에서는 상온·고온·저온의 온도 시험, 과진동 시험, 도어 개폐 시험 등을 실시한다.
연구원들은 옷감 종류와 용량을 다양하게 구성해 트윈워시 또는 건조기에 투입한 후 24시간 쉬지 않고 세탁, 탈수, 건조 등 모든 기능을 점검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두꺼운 고무, 모래포대 등 의류보다 훨씬 무거운 소재를 넣어서 검사하기도 한다.
진동 시험실에서는 제품이 특정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진동을 견뎌낼 수 있는지 시험한다. LG전자는 자동차 서스펜션 구조에서 착안한 진동 저감 장치를 미니워시에 적용, 와인잔 위에서 탈수할 수 있을 정도로 진동을 줄였다.
◇소비자 생활공간 연구로 미래 의류가전 선도
LG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의류가전을 개발하기 위해 제품 연구를 넘어 공간 연구로 시야를 확대했다. 소비자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어떤 의류관리 제품이 필요한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나온 대표적인 제품이 스타일러다. 외출에서 돌아온 소비자가 벗어놓는 옷을 다음에 입을 때 새 옷처럼 관리해주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빨래는 개는 제품, 인공지능(AI) 접목 제품 등 다양한 미래 제품을 연구한다.
류재철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전무)은 “세탁, 탈수, 건조, 다림질, 개기까지가 세탁 시스템 전체 모습인데, 이 시퀀스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탐색하고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고객이 원한다면 언젠가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969년 한국시장 최초로 세탁기를 개발했고, 현재 트윈워시까지 오면서 한국시장 세탁기 역사를 LG전자가 써왔다”면서 “의류관리 가전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