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 'P2P금융'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P2P금융은 한마디로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금이 필요한 쪽과 자금을 댈 수 있는 쪽이 돈을 빌려 주고 갚는 중개의 장을 만들어 주는 사업을 뜻한다. 흔히 '개인 간 대출'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는 쪽은 개인, 소상공인, 법인 등으로 다양하다. 투자자 쪽 역시 개인은 물론 법인이나 금융기관 등 대체 투자처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모든 과정은 은행 지점이 아닌 컴퓨터나 모바일 서비스로 이뤄진다. 대출 고객 모집, 신용 평가, 투자 고객 모집 및 운영이 모두 온라인상에서 비대면 서비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 측면에서 볼 때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지점 운영비, 인건비 같은 비즈니스 운용비가 대폭 감소하는 만큼 사용자의 금융 이익은 높아진다. 자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은 빠르고 편리하게 좀 더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고, 빌려주는 사람은 일반 예·적금보다 높고 펀드나 주식보다 안정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2015년 초반부터 국내에서 본격 발전하기 시작한 P2P금융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P2P금융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약 890억원이던 협회 회원사들의 누적 대출 금액은 올 4월 말 현재 8680억원으로 약 10배 크게 성장했다. 곧 누적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원사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속도다.
P2P금융이 이처럼 폭풍 성장하자 금융위원회가 재빠르게 새로운 산업에 적합한 규제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7월 금융위 내에 P2P금융 산업에 대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각계 전문가와 P2P금융 기업의 의견을 모아 11월에 P2P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P2P금융 가이드라인의 주요 골자는 투자자 보호다. 우선 투자자 한 명이 P2P금융 기업 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기준이 생겼다. 일반 개인투자자는 투자 잔액 기준으로 1개 P2P금융 기업에 1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투자 잔액 기준으로 4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전문 투자자로 등록한 개인 투자자는 별도의 투자 한도가 없다. 단 5월 29일 이전에 투자한 금액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투자 자금의 별도 관리다.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 자금을 은행, 상호저축은행, 신탁업자 등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 시행 이전에도 렌딧을 포함한 많은 업체가 투자 자금은 별도로 관리했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예치, 더욱 투명하게 분리해서 관리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P2P 업체와 연계 금융회사 등이 P2P 대출에 투자자 또는 차입자로 참여하는 행위를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선대출이나 자기자본대출이 금지됐다고 알려진 항목이다.
이전에 여러 P2P금융 기업이 대출자에게 우선 대출을 집행하고 이후 투자를 모집한 이유가 있다.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출자가 투자 모집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적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대출 고객이 며칠 차이로 고금리 대출에 노출된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우려가 큰 부분이었다.
P2P금융 산업의 본질이 대출과 투자의 지급 순서가 아니라 비대면 온라인 대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논의와 함께 개선이 지속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업계 내외에서는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기운이 꺾이는 것은 아닌지, 투자 고객들이 감소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과 염려가 많았다. 새롭게 바뀌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투자 자금 한도 등 새로운 내용을 투자 고객에게 명확히 고지하는 등 지난 3개월 동안 업체 모두가 분주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려가 큰 것에 비해 막상 가이드라인 시행 후 변화로 인해 생기는 별다른 혼동은 없어 보인다. 서비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고객의 문의 역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고객과 소통해 온 덕분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 P2P금융이 본격 발전하기 시작한 지 이제 약 2년이 넘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고금리 대출을 써야만 하던 중신용자가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이다. 또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에게도 10% 안팎의 '중위험 중수익'을 주는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매김 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P2P금융은 핀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사와 협업 방안을 모색한다. 금융 시장 전반의 성장에 기여하는 신성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 가이드라인 시행과 더불어 P2P금융이 보다 더 깊은 신뢰를 확보하고 제도권 금융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준 렌딧 대표 sj@lend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