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카트리지 특허 침해를 둘러싼 미국 프린터 업체 렉스마크와 임프레션 공방은 2010년 시작됐다.
렉스마크는 특허품인 토너 카트리지를 일반형과 할인형(1회용)으로 나눠 미국 국내외에 판매해왔다. 할인형은 제품을 다 사용한 뒤 렉스마크에 반납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카트리지 재사용을 막는 마이크로칩도 제품에 내장했다.
리셀러 업체인 임프레션은 소비자가 모두 사용한 렉스마크 제품을 구매한 뒤 재가공 방지 마이크로칩을 제거하고 토너를 다시 채운 재생 카트리지를 팔았다. 해외 판매된 렉스마크 제품은 미국으로 수입했다.
그러자 2010년 렉스마크는 미국용 할인형 제품, 해외용 일반형·할인형 제품을 재가공해 판매한 임프레션 등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렉스마크는 미국용 할인형 제품은 계약상 재가공·재판매가 금지됐고, 해외용 제품 수입권은 자신에게 있어 특허 침해라고 봤다.
임프레션은 렉스마크가 제품을 판매한 시점에 특허가 이미 소진돼 누구든 재가공·재판매할 수 있고, 해외에서 취득한 렉스마크 제품 역시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미국 외에서 적법하게 판매된 저작물을 미국으로 수입·판매하는 것은 권리소진론에 따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한 2013년 대법원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은 지난해 2월 렉스마크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특허권자가 제품 판매 시 재가공·재판매 금지 같은 합법적 제한요건을 부여하면 특허 소송으로 이를 강제할 수 있다면서 임프레션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특허권자가 해외에 판매한 제품과 관련한 미국 특허는 소진되지 않았다면서 임프레션의 수입 행위도 특허 침해로 봤다. 대법원의 2013년 저작권 판례는 저작권법 고유 명문 조항에 근거해 특허 소송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특허권 소진은 제한요건이나 지역과 무관하게 적용된다며 항소법원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특허권과 저작권 모두 보통법에 뿌리가 있어 해외 판매에 권리소진론을 적용하는 것은 특허권과 저작권이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프레션 외에도 렉스마크 제품을 재가공·재판매한 업체는 수십곳에 달했지만 모두 렉스마크가 보낸 침해경고장에 손을 들었다. 7년간 특허분쟁을 견딘 임프레션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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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