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동통신비, 정확한 실태 조사 필요하다

[이슈분석]이동통신비, 정확한 실태 조사 필요하다

'이통통신비가 비싸다. 이것은 이동통신사의 책임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 통신비 인하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진원지가 온전히 이동통신사 몫인가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통신비'로 인식하는 비용 가운데 이동통신비는 절반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단말기할부금 등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서비스를 더하면 이통비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통신비가 비싸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통신비 인하에 앞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비, 요금고지서 55% 수준

통신비에 관한 한 국내 통신사는 '악의 축'이란 혹평에 시달린다. 세계 최고 빠른 통신 속도도, 국가 간 비교도 무용지물이다.

소비자단체 이통비 고지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통비는 55%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부가서비스와 단말기할부금이 반반씩 차지했다.

비용 불만과 민원이 통신사로 집중되는 것은 고지서 발송과 요금 결제를 모두 통신사가 대행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는 통신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비중이 커 단말기 값도 요금고지서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가서비스는 결제 편의 때문에 통신사가 고지를 대행한다.

한국전화결제산업협회에 따르면 소액결제 거래 규모는 지난해 3억건, 5조원을 돌파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유선전화 등 유선 결합상품까지 포함하면 통신비에서 이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줄어든다.

단말지원금도 착시를 일으키는 요소다. 통신사가 지원금을 제공하면 단말기 가격은 낮아진다. 오히려 이통비가 비싸 보인다. 통신사 입장에선 내 돈 쓰고 남 좋은 일 시키는 격이다.

통신사는 통신비 문제를 논할 때 이런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리공시제가 시행되면 이런 점에서 통신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 정말 통신비가 비싼가

통신비 인하 요구가 반복되는 원인의 하나가 '국가 간 비교'다. 한때 한국이 세계에서 통신비가 가장 비싼 적이 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통신비가 비싸지 않은 나라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조사에서 한국은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월평균 이동전화 요금(100통화, 500MB)이 18.07달러로 OECD 평균 64.4%에 그쳤다. 일본은 61.54달러, 미국은 45.44달러였다.

이 밖에 일본 총무성, 코리아인덱스, 메릴린치의 국제요금 비교에서도 우리나라는 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분류됐다. 최소한 통신비 요금 상위권 국가는 아니다.

통신요금 국가 간 비교에도 고려 사항이 있다.

우선 국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통신비가 한국 50달러, 미국 100달러라고 할 때 한국이 반값이라고 볼 게 아니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해서 양국 통신비가 같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GDP 기준으로 미국이 우리보다 갑절이라는 것이다.

OECD 등 국제 공신력을 갖춘 기관이 구매력에 기반을 둔 구매력평가(PPP)로 비교한 것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눈치다.

국가별로 상이한 통계 체계도 문제다. 통계 분류 체계가 서로 달라서 직접 비교가 쉽지 않다. 한 예로 미국은 유무선 전화 이용료를 통신이 아닌 '주거' 항목으로 분류한다. 한국 평균 가구원은 2.7명으로 미국(2.6명)이나 일본(2.4명)과 비슷하지만 터키(3.6명), 멕시코(3.9명)보다 적다.

정확한 국가 간 비교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국가 간 비교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 절대 비교 옳은가…커버리지·품질 등도 감안해야

통신비를 절대 비교하는 게 옳은가 하는 점에도 의문이다. 가격이 같다면 품질에 따라 상대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통신 품질이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것만큼은 국민과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 롱텀에벌루션(LTE) 품질, 데이터 소비량 등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신 3사가 연평균 7조원이 넘는 설비 투자를 집행했기에 가능한 품질이다. '통신 복지'가 남다른 것은 물론이다.

과연 이런 뛰어난 통신 인프라를 단순히 '국토가 좁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도 좋은지 곰씹어 봐야 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국가 간 통신비만이 아니라 품질까지 비교해야 공정한 비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국 뉴욕에서는 몇년 전에야 비로소 드디어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뉴스가 나왔을 정도”라면서 “지하나 산과 바다 어디에서나 끊어지지 않고 최고 품질의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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