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연이어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연이은 최고점 행진에 증권사들도 하반기에 대비한 투자 전략을 새롭게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주식시장이 지난해 전망한 코스피 지수 최고점인 2300선을 넘어 2500선까지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까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고치 경신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가는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소비재보다 투자 관련 업종, 경기 방어주보다 경기 민감주에 각각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금융 등이 하반기에 주목할 업종으로 꼽힌다.
◇증권가 하반기 2500, 내년은 2700 돌파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한국 증시와 산업 하반기 전망을 담은 분석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하반기 전망을 발표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7일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통해 코스피 지수가 최대 2580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물가 기저 효과가 최근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하반기 국내 증시는 국내 기업 체질 개선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윤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에 2780까지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하반기 전망을 내놓은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로 코스피 지수 추가 상승을 기대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최고치를 2460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263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도 목표 주가를 2500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지난달에 하반기 분석을 마친 하나금융투자는 예상 전망치를 2200~2600으로 관측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하반기 주가를 낙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상장사 실적 개선 때문이다. 세계 경기 여건과 국내 정책 환경도 상장사에 우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4%에서 3.5%로 높였다. 유로존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 실제 1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에 비해 0.9%,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각각 증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올해 1분기의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6조원, 34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상승했다. 1분기 실적의 깜짝 반등은 정보기술(IT), 금융,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이 견인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세계 경제 호황에 따른 국내 상장사들의 수출 증가 기대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한국 수출이 올해 하반기에 전년 대비 8~10%, 내년에는 5%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차원의 재정 정책 확대도 하반기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투자증권은 “문재인 정부의 '큰 정부' 정책에는 재정 지출 확대를 피할 수 없다”면서 “재정 확대를 통한 내수 위주의 성장 정책은 국내 경기 부진 우려를 완화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이 늘어났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이 부채 부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고, 유로존 정부의 채무 위기도 일단 정점을 지났다”면서 “금융위기 직후 소비 급감에 의한 재고 부담이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해소되고 신흥국 증시가 우위를 보이는 생산 시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장기로는 상승 기대… 3분기 조정 가능성
증권가 대부분이 하반기 증시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신중론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인한 주주 환원 정책 강화와 세계 경기 회복세에 따른 실적 개선의 상승장 장기 돌입에 대해서는 증권사들이 일제히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장기 관점에서 주식시장 방향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서도 “당면한 3분기는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민간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강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민간 투자 증가율이 급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지만 현재는 트럼프 정책이 원활하게 수행될지 의문”이라면서 “미국 경기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일정한 경로를 통해 세계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실적 전망 신뢰도 높여야
다만 매 분기 달라지는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상승장에서도 개인투자자는 외려 손실을 보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는 6% 상승했지만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0.45%를 기록했다.
실제로 증권사 대부분은 지난해 말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에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올해 코스피 예상 주가를 1860~2210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도 1950~2300 수준을 예상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증권사들의 주가 전망치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의 증권사가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했다고는 하지만 상반기도 채 지나지 않아 증권사 전망치를 모두 훌쩍 뛰어넘었을 정도로 크게 벗어났다”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을 신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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