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두고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두고 급하게 시행하면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며 우려했다. 정부는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 중심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8일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와 처음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경제 단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 공약 등에 우려를 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와의 간담회 시작 전에 “큰 그림으로 가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추진이)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라면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현실 실현이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도 “(노동 분야와 관련) 사회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어 해법을 찾기 어렵다”면서 “소통을 통해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계도 기대보다 우려를 드러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에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노사정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 합의를 거친 제도 정비, 단계 시행으로 부담을 최소화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홍보실장은 “원론으로는 (정부 정책) 취지에 공감하지만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한 실태 파악과 단계별 추진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식 중기중앙회 이사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급격한 인상”이라면서 “상여금, 식대 등 각종 수당, 현물 급여를 포함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고 사회 합의를 통해 단계 인상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황 한국금형협동조합 이사장은 “근로시간 단축 시 중소기업 인력난과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300인 미만(사업장)에 대해 4단계로 세분화해야 한다”면서 휴일근로 중복할증 불인정, 법정시간 52시간 단축 시행 시 노사 합의로 특별연장근로 상시 허용 등을 주장했다.
신정기 중기중앙회 부회장(노동인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뿌리산업 등 인력난이 심각한 업종에 대한 우선 규제 완화 시 신규 인력 수요를 추정한 결과 평균 1만1543개, 최대 1만3236개까지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면서 파견근로 허용 범위 확대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이행을 앞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속도 조절'과 '조건부 시행'을 외치자 정부의 정책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민간에서 생겨야 한다”면서 “기업 기 살리기, 구조개혁, 생산성 문제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책임질 인사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일단 정부는 중소기업에는 안전장치 마련을 약속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소상공인 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음식점업의 공제율 인상,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상한 제한, 생계형 제과업종 지정제도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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