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한에서 왔나, 북한에서 왔나?”

[기자수첩]“남한에서 왔나, 북한에서 왔나?”

“남한에서 왔나 북한에서 왔나?”

통신 관련 투자를 유치하러 외국에 나가는 한국 증권사 직원은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묻는다는 것이다. 한국 통신 규제가 외국에선 이렇게 비친다. 물론 외국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외국의 시선이 아니라 규제의 정당성이다.

무엇보다 왜 통신사를 민영화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통신서비스 업체가 정부 소유인 중국을 제외하면 통신 사업을 정부가 직접 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중국마저도 통신회사의 경우 한 개가 아니라 세 개다.

경쟁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민영화를 했다면 수익은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독과점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지 직접 시장에 개입해서 요금을 끌어내리는 게 아니다. 목적에 앞서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도덕성을 앞세우는 정권은 특히 더욱더 그러하다.

왜 통신회사가 3개뿐이냐고 물을 수 있다. 정부 탓이 아니다. '자연 선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통신은 사업자가 너무 많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대체로 한 나라에서 대형 통신회사는 3~4개로 수렴한다. 우리나라도 5개가 넘었을 때가 있었지만 자발적 인수합병(M&A)으로 결국 3개가 됐다. 제4 이동통신사를 모집했지만 일곱 번 연속 불발됐다. 통신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다면 기업이 왜 안 들어오겠는가.

통신사가 너무 많은 수익을 낸다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장사를 해서 매년 1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긴다고 해 보자. 꽤 많이 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빚과 재투자 비용이 9000만원 든다고 하자. 그럼 과연 이 사람은 떼돈을 버는 걸까? 실적 시즌이면 화려한 영업이익만 집중 조명한다. 영업 외 비용은 드러나지 않는다. 정말로 통신사가 얼마의 현금을 남기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 통신 사업을 하는 것은 '원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쓴다는 이유로 무한대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 전파를 빌리기 위해 경매 때마다 수조원을 쓰고, 시간이 지나면 반납한다. 이것도 모자라 매년 전파사용료를 수천억원을 내는데도 말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