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중견기업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겉으로는 지배구조 개선를 개선하고 신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속내는 지주사 요건이 강화되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 하기 위한 속내도 담겼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이달초 지주회사 매일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분할하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1일 인적분할을 실시하고 지난 5일 매일홀딩스와 매일유업을 변경, 재상장했다.
오리온 역시 지난 1일 회사를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완료했다. 오리온홀딩스는 향후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가 되고, 지주사 아래에 오리온, 쇼박스, 제주용암수 등의 사업회사가 있게 된다. 오리온은 다음달 7일 분할 신설회사 '오리온'과 분할 존속회사 '오리온홀딩스'로 변경상장, 재상장된다.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은 3월 1일자로 지주회사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 크라운제과로 분할을 완료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윤석빈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운영되며 사업회사로 신설된 크라운제과는 장완수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는다. 해태제과 등 계열사는 기존 경영진 체제를 유지했다.
샘표는 지난해 하반기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기존 샘표식품이 지주사 '샘표'와 식품사업부문 자회사 '샘표식품'으로 분할됐다. 분할 후 지주사 샘표는 박승복 회장이, 사업회사 샘표식품은 장남 박진선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았다.
회사들은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견 식품기업들의 잇단 지주사 전환은 관련 요건 강화가 다가오면서 이뤄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독주를 막고자 추진 중인 지주회사 요건 강화를 피하고 오너 2·3세 등에 대한 경영 승계 발판을 만들기 위한 속내가 크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주회사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때 지주사가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 국회 통과가 유력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은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과 대주주 지배권 강화는 물론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최근 식품업체들의 연이은 지주사 전환 러시는 규제 강화 전 작업을 완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