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를 선도한다] 가상세포 활용한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에 초점

인공지능(AI)은 다른 과학 분야 발전을 견인한다. 강력한 연산능력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바이오 기술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두뇌로는 수없이 많은 체내 세포 및 유전자의 개별 기능, 상호작용을 밝혀낼 수 없다. AI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세포 내부 정보를 알아내는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찰과 실험이 필요하다.

전산화된 '가상세포', 바이오시스템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AI로 세포와 같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활용범위를 늘리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이오 기술로 그동안 만들 수 없었던 물질을 만들어 내고, 질병도 손쉽게 정복하는 길을 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떠오르는 10대 기술'로 시스템 대사공학을 선정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세포, 미생물, 유전자 등을 조작해 원하는 화합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 대사공학에 시스템 생물학, 합성 생물학과 같은 새로운 학문을 통합한 개념이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인간에게 유용하고 다양한 화합물을 친환경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화석연료 기반 생산체계를 벗어난 새로운 조류다. '바이오리파이너리'를 통해 각종 연료와 화학제품을 친환경·대량 생산할 수 있다. 계속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를 대비한 미래기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은 시스템 대사공학 발전을 촉진시킨다. 가상세포 등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상세포는 대사, 유전자 조절, 신호전달 등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효소 반응, 상호작용을 컴퓨터로 모사하는 시스템이다. 모든 대사 반응식의 정보를 품고 있어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도 대사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DB)에 존재하는 수 많은 정보를 연결해 인간이 직접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원하는 반응을 찾아내고 모방한다. 연구 과정을 상당부분 간략하게 해 필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한다.

KAIST(총장 신성철)도 이런 면에 주목해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AI 기반 '전략 핵심연구'에 컴퓨터 가상세포 및 AI 기반 바이오시스템을 포함시켰다.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KI연구원장)가 중심이 돼 연구를 이끈다. 이 교수는 시스템 대사공학 창시자다. 지난 20여년간 대사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최고 수율의 숙신산,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균주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AI, 가상세포 기술을 활용해 인류의 미래를 윤택하게 할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13년 대장균에서 가솔린을 직접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 사례다. 가솔린은 4~12개의 탄소로 이뤄진 지방산을 사슬길이가 짧은 알케인(사슬 형태의 탄화수소 화합물)'으로 변화시켜 생산한다. 자연 상태 대장균은 사슬 길이가 긴 알케인을 얻는 것은 쉽지만, 이것을 가솔린화 하려면 '크래킹'으로 불리는 분해과정을 거쳐야 한다. 추가 공정과 비용,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로 지방산의 탄소를 조절할 수 있는 효소를 발견했다. 추가 대사공학으로 대장균이 직접 가솔린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이 연구는 화학산업 기반을 석유 기반에서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시 1ℓ의 대장균 배양액으로 약 580㎎의 가솔린을 만들어 수율이 낮았지만, 지속적 추가 연구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기반 가상세포 기술로 연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한다. 그동안 해온 화학제품 생산 시스템 연구에 첨단 AI를 더하는 연구다. 연구팀은 최근 대장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원료(테레프탈산)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테레프탈산은 폴리에스터 섬유, PET병의 주원료다. 전기전자용품에도 쓰이는 주요 화합물이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에 최신 AI 기술을 적용한다면 기존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 연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계학습으로 화학물질 생합성을 할 수 있는 균주를 디자인하고 전산으로 예측된 결과를 실제 세포에 적용한다.

이상엽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은 AI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전도 의미한다”면서 “첨단 AI 기술을 적용해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시스템 대사공학 분야에서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미생물 대사모델 구축 현황, 단위 :개>


세계 미생물 대사모델 구축 현황, 단위 :개

<대사모델 통합 분석 멀티모델링 구축 현황, 단위 :개>


대사모델 통합 분석 멀티모델링 구축 현황, 단위 :개

<가상세포 모델의 주요 응용사례>


가상세포 모델의 주요 응용사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떠오르는 10대 기술>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떠오르는 10대 기술

[KAIST AI를 선도한다] 가상세포 활용한 시스템 대사공학 연구에 초점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