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보복 등 갖은 악재에 직면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동종 업체 간, 업계 간 희비가 엇갈렸다. 장기 불황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백화점 업계는 내수 부진 등 악재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온라인 시장 확대로 성장이 멈춘 대형마트는 사드 보복에 휘청거렸다가 실적 반등을 나타냈다.
12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와 내수 부진 등 악재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은 신규 출점과 기존 점 증축, 온라인몰 성장으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현대백화점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뒀지만 세금 환급 효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분기 총매출과 영업이익이 2조730억원 및 1140억원으로 각각 4.3%, 21.4% 감소했다. 국내 사업 구조상의 둔화를 비롯해 영업 일수 감소,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영향을 받은 기존 점 매출의 4.8% 역신장이 주요인이다. 롯데백화점은 1분기 이후 4월과 5월에도 기존 점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 1.5%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백화점의 월별 매출 신장률 역시 1~2월 -1.2%, 3월 0.5%, 4월 -1.9% 등 계속해서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부가세 환급 효과로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384억원으로 35.3% 증가했다. 매출액은 4951억5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 증가했고, 당기순익은 1191억1800만원으로 38.2%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 급증은 사은상품권 에누리 인식 변경에 따른 부가세경정환입분 407억원이 반영된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1분기 영업이익은 97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9% 줄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4월과 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 1.3%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한 776억36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165억5200만원으로 42.5% 증가했다. 지난해 강남점·센텀시티점 증축과 김해점·하남점 출점 효과가 올해도 이어져 백화점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7%, 7.3% 신장했다. 신규 출점, 기존 점 증축 등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사업 분야에 전문성 있는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조직 쇄신을 단행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 3사 합계 영업이익을 약 9000억원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한 대형마트 업계 역시 업체별 희비가 엇갈렸다.
이마트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어난 16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4% 증가한 3조8988억원, 당기순이익은 9.6% 증가한 1315억원이다.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9.4% 감소했지만 트레이더스, 이마트몰, 연결자회사 에브리데이, 조선호텔, 신세계푸드 등 연결 전 부문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16억원 등 연간 약 200억원 적자를 기록한 중국 법인의 철수도 실적 개선 추세를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하는 대신 베트남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1분기 매출액이 2조7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다. 영업 손실 2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기존 점포의 매출 부진과 신규 점포 오픈에 따른 비용 증가,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기존 점 기준 23.7% 감소했다. 3월부터 시작된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 99개 점포 가운데 75곳이 영업정지, 12곳이 임시휴업에 처해지며 해외 부문에서만 28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해외 사업 매출은 561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4.2% 감소했음에도 동남아 시장의 손익 개선으로 해외 사업 영업 적자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중국에서 소방 시설 개선 조치를 통한 영업 정상화에 주력하면서 비용 통제를 통한 경영 효율화 등 구조조정을 병행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드 보복 수위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3.1%), 베트남(13.5%) 등 다른 해외 시장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등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아 가고 있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조9334억원, 영업이익 320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반면에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2015년에 249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4699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인 가구와 혼밥족 등을 공략하기 위해 가성비, 편리성을 앞세운 상품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등 내실 경영에 집중한 결과다. 기존 점포에서는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해 나갔다. 산지 수확·포장·운송·진열 등 유통 전 과정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신선도를 높이고, 상품 폐기 비율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사드 보복 등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라면서 “장기 불황, 소비 패턴 변화, 유통 규제 등 갖은 악재 속에서도 저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