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가 정국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야당을 비판했다. 대승적 협력을 호소하며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야당 반응은 싸늘하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는 물론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마저 장담할 수 없는 경색국면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반대를 넘어서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는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라며 야당의 협력을 호소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G20 정상회의, 주요국가 정상회담도 예정돼 외교부 장관 임명을 지체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지정했다. 이날까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다음날 강 후보자를 신임 외교부 장관에 임명할 전망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 후보자 임명도 강행할 뜻을 밝히자 반발했다. 극한 투쟁까지 예고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야3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본다”며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이고, 야당으로서도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처리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각종 현안 논의에 대한 협조도 어려워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역시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 수순에 들어간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청문 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며 '청문회 무용론'을 제기했다.
여야 간 대치가 심화되면서 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번 주말 강 후보자를 임명하면 야3당이 한꺼번에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제1공약인 일자리 추경안 처리가 힘들어진다. 인사청문회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6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막을 내릴 공산이 크다.
이날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 장관 임명 절차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국회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후보자 가운데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정원장,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총 여섯 명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