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하면 할수록 커지는 거짓말 '종이달'

[사이언스인미디어]하면 할수록 커지는 거짓말 '종이달'

우메자와 리카는 은행 계약직 영업 사원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아이가 없고,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한 그녀에게 직장 생활은 유일한 즐거움이다.

여느 때처럼 외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백화점을 들르게 된 리카는 판매원 설득에 계획에 없던 화장품을 구매한다. 가지고 있던 돈이 부족했던 그는 고객 예금에서 1만엔을 꺼내 충당하고 백화점을 나서자마자, 바로 은행을 찾아 그 돈을 채워 놓는다. 하지만, 이는 그녀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내연관계인 '코타'가 학비가 없어 휴학 위기에 처하자 그를 돕기 위해 고객 예금에 손을 댄다. 처음엔 1만엔 정도였지만 거금 200만엔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 이후, 사실이 적발될까 은행장부를 조작하는 등 점점 그녀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어긋나버린다. 거짓된 행복에 대한 욕망이 커지며, 횡령은 반복되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리카는 왜 거짓말을 멈출 수 없었을까. 탤리 샬럿 영국 런던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현상은 뇌과학에 기인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이언스인미디어]하면 할수록 커지는 거짓말 '종이달'

인간의 뇌에는 부정직한 행동을 하면 이를 꺼리게 하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다.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그 제동력이 줄어든다는 점이 뇌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확인됐다.

뇌 측두엽 안쪽에 자리 잡은 편도체는 거짓말에 반응해 이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편도체는 활동성이 떨어지고 제어 기능이 약해져 거짓말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 편도체 활동량을 줄어들지 않게 하고 다시금 끌어올려 거짓말을 더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샬럿 교수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 부패한 금융업자, 연구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 등 왜 엄청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영화 속 리카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속출한다. 전문가들은 제3자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마련해야 거짓말에 대한 각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