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국내에 진출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 확보에 고전했다. 올해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증액으로 국내 콘텐츠 확보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이용자 확보에 고전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기준 약 13만명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료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의 가입자가 1000만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국내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억명 이상인 넷플릭스의 세계 이용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국내 콘텐츠 부족이 꼽힌다. 지상파 방송, 최신 한국 영화 등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거나 경쟁사와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하다. 190여개국에서 공급되는 방대한 콘텐츠, 미국 독점 드라마 등을 무기로 내세운 것만으론 한계를 보였다. 다른 서비스와의 비교에서 높은 요금도 가입자 확대에 고전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국내 유료영상 서비스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 소비 패턴을 보면 콘텐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미국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비자가 선호하는 몇 편의 작품을 골라보는 형태여서 소비량과 가입 동기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약점으로 지적된 국내 시장용 콘텐츠 공략에 고삐를 죄면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는 600억원에 육박하는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했다. '옥자'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됐다. 국내 스트리밍 극장에서의 동시 상영을 추진, 대중의 관심도 톡톡히 누렸다.
2월에는 방송인 서경석, 박경림이 출연하는 글로벌 서바이벌 예능 방송 '비스트 마스터'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천계영 작가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의 지식재산권(IP)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를 공개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회원 확대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집중한다. 업계에선 전체 투자액이 늘면서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국내 배급보다 콘텐츠 수급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한류 콘텐츠는 아시아 일대에서 인기가 높다. 국내 콘텐츠의 확보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방송에서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투자한다”면서 “앞으로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