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통령과 국립공원 50주년

[기고]대통령과 국립공원 50주년

미국 국립공원의 역사는 대통령 이름과 함께 흘러 왔다. 1864년 남북전쟁 기간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존 코네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요세미티를 주립자연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승인한다. 8년 뒤인 1872년에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미국은 최초로 국가공원 제도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방문해 '국민의 복지와 즐거움을 위해' 국립공원의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1916년 토머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내무부, 육군 공병대, 산림청 등이 분할 관리하던 국립공원을 총괄 관리하는 국립공원청(NPS)을 내무부 산하에 설립하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지금의 기틀을 만들었다.

최근에도 국립공원의 발자취는 대통령과 밀접했다. 2006년 국립공원청 90주년 행사가 열린 셰넌도어 국립공원 기념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자연을 보전해서 국민에게 가까이 가는 공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라면서 2016년 국립공원청 100주년을 의미 있게 준비하도록 내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내무부 장관은 10년 동안 국립공원청 비전과 전략을 담은 '미국 국립공원의 미래' 보고서를 작성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100주년 기념 예산 계획을 통해 2016년까지 3조원의 예산을 국가가 책정하도록 했다. 국민에게도 복지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의무를 다하도록 그와 같은 금액을 매칭펀드에 기부하는 형식의 동참을 요청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립공원청 50주년을 맞은 1955년에 '미션 66'이라는 NPS 발전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1956년부터 10년 계획의 일환으로 예산을 1조원 투입하도록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 숲의 85% 정도가 벌목돼 위기에 처해진 레드우드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대통령과 국립공원은 밀접한 관련을 이어 왔다. 대통령은 매년 국립공원 기념식에 참석했다.

우리나라도 1967년에 공원법이 만들어지면서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됐다. 지리산국립공원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2016년에 태백산국립공원이 지정되는 등 총 22개의 국립공원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198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되면서 초기에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국립공원 관리는 공단이 체계를 갖춰 관리하고 있다. 국토 개발이 우선시되던 시기에도 이곳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국립공원을 지정,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했다.

2017년은 국립공원 50주년, 국립공원관리공단 30주년이 되는 해다. '3050' 축제를 맞이해 학계, 시민사회, 정부 등이 함께 모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미래를 위한 전략으로 '국립공원 이념의 내실화와 국립공원 50년에 대한 평가' '용도 지구의 재정비와 34% 사유지에 대한 대책 마련' '관리의 파트너십과 주민 지원 사업 확대' '국립공원을 비롯한 보호 지역의 통합관리시스템을 위한 관련 부처와의 협력 체제 구축' '독도 등 상징 지역뿐만 아니라 국제 기준에 맞는 보호 지역 확대' 등 과제를 제안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건의하고 싶은 것은 6월 22일 개최될 국립공원 지정 기념식 자리에 우리나라 최초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립공원 50주년을 계기로 대통령이 '국립공원' 명칭을 '국가공원'으로 변경한다는 발표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국가가 세운, 국가 주도의 의미가 강한 '국립공원'을 국가를 대표하는 공원이라는 뜻을 담은 '국가공원'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인 국립공원의 이념 '공유와 공존' 정신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kimdp@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