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47년』 홍석천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1만6800원.
'나로인해 당신이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아름다운 별종 홍석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그는 2000년 어느 날 방송에서 한창 주가를 올릴 무렵 커밍아웃을 선언한다. 그 자신과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변했다. 언론과 대중은 커다란 범죄가 일어난 듯, 거칠게 그를 몰아붙였다. 마치 세상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어릴 적부터 꿈꾼 방송인으로서의 삶도 끝난 듯 보였다.
그로부터 17년 홍석천은 당당히 일어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이가 됐고, 살기위해 뛰어든 사업에서도 이태원에 11개의 매장을 내며 성공한 CEO가 됐다. 그는 “커밍아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커밍아웃 이후 공황장애를 겪었고, 많은 이들의 욕과 이상한 시선을 받다보니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인터넷 댓글을 보며 슬퍼하며 혼자 울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깨달았다. 이러고 있봐야 세상에서 자신을 걱정해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낭비해봤자 스스로 목을 조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을 선글라스 끼고 돌아다녔다. 한사람 한사람 부딪쳐보니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힘내라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게되자 그는 버틸 수 있었다.
저자는 에세이를 통해 독자에게 '좌절하지만 견뎌낸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안겨준다. 또 '가족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물음을 남기는 책이다. 저자는 각자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서로 위로해주며 살고 싶다고 전한다. 게이란 말의 뜻처럼 명랑하고 쾌활하며 즐겁게.
책 말미에는 브런치, 빠에야, 팟타이 등 요리 레시피도 담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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