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대북 협상 중재자 역할을 하는 방안을 한국, 중국과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EU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근 벨기에 브뤼셀,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진 회동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EU 회원국, 2015년 이란 핵 협상을 도운 EU가 북핵 협상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U 관리는 지난달 브뤼셀을 방문한 우리나라 조윤제 EU·독일 특사에 이어 리커창 중국 총리와도 이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했다고 WSJ에 말했다.
지난달 조 특사는 EU 지도부에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EU 지도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한 바 있다.
신문은 또 EU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브뤼셀로 초청했고,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EU 회원국 중 26개국이 북한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7개국은 주평양대사관도 두고 있다.
EU 관리들은 다만 이번 논의가 초기 단계고, 한국 측 요청 없이는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은 이번 논의가 제재만으로 북핵 중단을 설득하기 어렵고,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EU, 한국, 중국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그 동안 미국과 직접 협상을 원한 만큼 EU 역할이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고위 관리는 EU가 핵 프로그램에서 북한 양보를 끌어낼 만한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U 일각에서는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핵 협상이라는 '외교적 지뢰밭'에 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