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나오고 전 국민이 몸살을 앓는 중요한 이유로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단말기를 파는 왜곡된 유통 구조가 지목된다.
이런 구조가 유지된 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 도입으로 5개 이통사 경쟁체제가 되면서 가입자를 빠르게 유치하기 위한 '단말+보조금' 모델이 널리 퍼지게 됐다.
정부로서도 이동통신 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고, 소비자 역시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어 아무도 불만이 없었다.
2009년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단말+보조금 체제는 심화됐다. 롱텀 에벌루션(LTE)이 상용화되면서 가입자 뺏기 경쟁이 극심해졌다. 많은 돈을 들여 가입자를 뺏어 와도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과열 경쟁이 2014년 사회적으로 감수하기 어려운 정점에 이르렀다. 결국 과도한 가입자 유치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단말+보조금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점이다. 소비자는 비싼 스마트폰을 싼 값에 쓸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비싼 단말기와 비싼 요금제를 선택했다. 이통사는 가입자를 유치하고 전국 유통망을 유지하느라 매년 7조원~8조원의 마케팅비를 쏟아 부었다. 전국 유통망에 매달린 유통점과 판매인원만 3만개, 20여만명에 달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단말 자급제' 논의가 이뤄지고 법률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유통망 문제다. 단말 자급제를 실시하면 이통사는 유통점에 판매장려금을 줄 이유가 사라진다. 이 돈으로 통신요금을 할인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 수만개 유통점이 생존권을 요구하고 나설 게 분명하다. 이 때문에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못하는 것이다.
연간 7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를 줄여 통신비 인하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통신비 파동과 통신시장 과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 통신사 지출 항목 가운데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항목이 마케팅비이기 때문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