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공유 스타기업 '우버'를 이끌었던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가 불명예 퇴진하면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의 투자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가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성과 일변도' 성장모델과 견제 없는 지배구조 등을 우려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캘러닉은 2009년 우버를 창업한 창업자로 우버가 세계적 차량공유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앞장 선 장본인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과 중심 경영으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난 2월 한 직원이 회사에서 지속적 성희롱과 이를 은폐시키려는 부당행위를 당했다는 폭로를 하면서 리더십 문제를 공격받았다.
이후 우버 운전자와 욕설 영상, 자회사의 기업비밀유출 소송 등 지속적으로 논란에 시달렸고, 최근에는 직원 단체휴가를 앞두고 보낸 섹스가이드 등이 문제가 되면서 사임 압박을 받고 있었다.
결국 우버 주요 투자자 가운데 5곳이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캘러닉은 당초 계획했던 무기한 휴직에서 사임으로 결정을 바꿨다. 이사회에서는 현재 캘러닉을 대신할 다른 CEO후보자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신에서는 캘러닉이 이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한 데는 다른 CEO 후보자를 두지 않은 기업문화와 주요 투자자인 이사회와 VC가 잘못된 경영판단에 제동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업가치 700억달러(약 79조원)에 1만4000여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써 적절치 않은 지배구조였다는 진단이다.
한 실리콘밸리 관계자는 “우버 투자자들은 회사가 더 큰 돈을 벌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사실상 외면해왔다”며 “언론과 대중이 크게 문제를 삼을 때에만 조치를 취했다”고 꼬집었다.
또 주식구조도 캘러닉과 초기 창업자에게만 유리하게 돼 임직원이 판 회사 주식을 사실상 캘러닉만이 살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창업자로서 주당 의결권이 10표를 행사할 수 있어 이사회에서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VC들이 다음 라운드 투자에서 배제될까봐 비판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우버가 궁극적으로 성공한다면, VC는 계속해서 그런 것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