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투자 대상에서 실질 화폐로 고려해 볼 시기가 왔다.
매년 미국·호주·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지폐 발행이 감소하고 있으며, 스웨덴이나 덴마크는 조만간 현물 화폐가 없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기존의 전자화폐나 포인트와 달리 기업 또는 개인 간 자유롭게 유통되고 그 값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금 통화와 같다. 반면 중앙기관에 의해 관리가 필요하고 비용이 발생하는 현금 통화와 달리 중재 기관이 없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 시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다. 가상화폐 특성상 국경 제약 없이 어디든 자유롭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다.
무국적 비트코인은 세계 어디로든 송금이 가능하고, 환율 스프레드를 피할 수 있다. 소액 거래 부담이 사라지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수많은 기업에 비트코인은 새로운 지급 결제 수단으로써 활용 가치가 높다.
물론 가상화폐는 기존의 화폐 금융 시스템 및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디지털로 개방된 경제 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이 생성하는 공유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공유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공유 가치 창출은 가상화폐라는 좋은 기술만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유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이해한 소비자, 기업 관심, 정부 지원 등이 맞물려야 한다.
우선 비트코인을 활용해 개선 가능한 사회 문제는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업은 기업 스스로가 창출하고자 하는 사회 가치 확대를 생각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활용, 지역 사회에 좀 더 쉽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단순히 지불 시스템의 한 수단으로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 발달과 개발도상국의 가상화폐 수요가 증가한다면 쓰임새는 날로 증가할 것이다.
한국도 비트코인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는 세법과 같은 법 규제와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부터 생각해야 한다. 불법 자금으로 유통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고 투기성 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금융 거래의 주요 선택 대안이었다면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이 시도할 수 없는, 모든 경제 주체가 참여하는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물론 가상화폐에 대한 고민이 비트코인 등 특정 가상화폐의 합법화를 전제하지는 않는다. 단지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서의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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