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의 정보기술(IT)화, e비즈니스화, IT 융합 등'. 용어는 다르지만 정부는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융합,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건설 IT, 자동차 IT, 섬유 IT, 물류 IT, 유통 IT, 금융 IT 등 다양한 업종별 IT 융합 산업은 시대 흐름과 함께 진화했다. 업종별로 성장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존 산업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새로운 형태의 산업 모델을 창출해 왔다.
금융 IT도 그 가운데 하나다. 금융과 IT의 접목은 타 산업에 비해 파급력이 크다. 국민 생활 패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재산권을 취급한다. 새로운 IT 기술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얼굴을 확인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수없이 도장을 찍고, 서류를 장기 보관한다.
이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편안함까지 체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금융이 생활 밀착형 산업이면서도 유독 IT화가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야심 차게 추진한 은행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API)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황만 놓고 보면 글로벌 핀테크 선도국으로의 도약 초석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가 무색하다. 혁신 금융 IT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기반임에는 분명하지만 공급 API 부족과 은행 간 호환성 문제 등 공급자의 소극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은행 API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참여 의사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픈 플랫폼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윈윈 서비스 모델이 빠르게 생겨나야 한다. 성공 모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정부, 금융기관, 금융IT기업 모두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