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누가 나에게 5년 후 흥행할 게임 장르를 묻는다면"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이 게임 흥행할까요?” “어떤 게임이 잘될 것 같습니까?”

20년이 넘도록 게임업계에 몸 담아 오면서 자주 들어 본 질문이다. 뒤돌아보면 정말 게임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게임은 성공을 확신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고 또 어떤 게임은 기대 이상 결과를 보여 줬다.

게임 흥행을 예측하는 것은 일기예보처럼 성공 확률을 맞히는 일이다. 100%에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이지 100% 맞힌다는 것은 누구도 갖추기 어려운 역량이다.

너무 많은 변수가 적용되는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단일 게임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르가 주류를 이룰까'라는 질문에는 정답에 근접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이 바뀌는 대변혁 시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10여 년 전 아이폰은 우리 일상 곳곳을 스마트하게 바꿨다. 게임 산업 중심도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모바일 게임에서 대격변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여가를 이용해 혼자 즐기던 게임은 타지에 사는 친구들과 경쟁·협력하는 게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한정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던 PC 시절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됐다.

플랫폼 변화는 새로운 장르를 주류로 편입시켰다. 그것은 바로 PC 시절에 대규모 매출을 내던 하드코어 게임에 비해 외면 받던 캐주얼 장르다.

2012년에 출시된 '애니팡'은 대한민국 게임 업계에 혁명과도 같은 사건을 일으켰다. '국민게임이라는 용어가 탄생할 정도로 거의 전 국민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이 탄생했다. 해당 회사는 상장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렇듯이 플랫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장르가 각광을 받게 된다.

앞으로 5년 후에는 어떤 게임의 장르가 인기를 누리게 될까.

필자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가상현실(VR) 또는 증강현실(AR) 게임이 급부상할 장르라고 판단한다. 나이키가 최대 경쟁자를 닌텐도로 지목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지목이 더욱 진지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이다.

스포츠 전문 브랜드 나이키가 닌텐도를 핵심 경쟁사로 지목했다는 점은 미래를 감안하지 않으면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VR, AR 시대에 두 회사의 경쟁은 닌텐도 위(Wii) 출시와 함께 이미 시작됐다. 골프, 테니스, 볼링 등을 집 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 '게임'이라고 하면 대체로 축구나 농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의 게임을 지칭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게임'은 비디오 '놀이'라는 게임이라고 표현해야 이해한다. 이는 게임이 실생활에서 즐기던 스포츠에 원형을 두고 탄생했기 때문이다.

실생활과 가상세계 사이의 벽이 무너지는 VR, AR 탄생과 함께 스포츠 게임이라는 장르가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은 크게 무리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스크린 골프나 스크린 야구가 바로 이 스포츠 게임이 AR 형태다. 이러한 변화는 5년 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이미 현실화돼 가고 있다.

중국의 장자는 2000년도 훨씬 넘는 시대 이전에 꿈과 현실 간 혼란에서 오는 이야기를 전했다.

'호접몽'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에 모호함을 느꼈으며, 또 다소 즐겨 왔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미 현시대는 '내가 게임 속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 이르렀다. 이는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 벌써 반쯤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 시대에 스포츠 장르가 더욱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스포츠 장르가 주류를 이뤄 나갈 그 시장을 기대하며 미래의 게임 사업을 준비해 본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contact@kakaoga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