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학 하기 참 어렵다

[기자수첩]과학 하기 참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입시 체계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곳이 또 있다. 과학계다.

연구를 잘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과제 수주, 비용 관리가 너무 복잡하다. 부처별 연구 관리 기관이 수십 개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려면 '행정 달인'이 돼야 한다. 이 바닥엔 사교육도 없다.

연구 기관 관계자는 “정권만 바뀌면 첫 순위로 과학 정책을 바꾸겠다며 손을 댄다”면서 “시작할 땐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만 판만 잔뜩 흔들어 놓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여기서 입시와 과학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입시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현장과 불화를 거듭하다가 학생 부담만 늘리는 경우가 잦았다. 과학은 '거버넌스'부터 뜯어고친다.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 지금껏 바뀐 중앙 부처 이름만 나열해도 숨이 차다.

교육과 과학은 둘 다 미래를 대비하는 '백년지대계'다. 그런데도 자주 정책이 바뀌고 판이 흔들린다. 혼란은 현장이 떠안는다.

정책이 자주 바뀌는 건 정부의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난제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만히 놔두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 대신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위상을 높이고 행정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행정 효율화는 박수 받을 정책이다. 연구비 관리 시스템은 2개로 통합한다. 수십개의 시스템을 따로따로 익히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아직 근본은 해결하지 못했다. 돈은 같은 시스템으로 관리하지만 사업 관리 체계는 여전히 분산됐다. 수십개의 연구 관리 기관이 제각각의 기준으로 사업을 관리한다. 연구 관리 기관의 통폐합도 긴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잦은 정책의 변화가 비판받은 것은 효과가 적었기 때문이다. 때론 번지수를 잘못 짚었고 때론 조급증에 용두사미가 됐다. 이번엔 다르다는 걸 보여 주자. “과학 하기 참 어려운 나라”라는 비판은 그만 듣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