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관계인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가 모처럼 한목소리다.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라는 '공통의 적' 앞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인터넷 사업자는 '역차별' 문제 해소가 숙원이다.
망 이용 대가를 국내 사업자는 내고 해외 사업자는 안 내고 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이 망 이용 대가로 갈등을 빚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원 사격을 한 것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밀월관계'가 오래 가지 못할 공산도 크다. 글로벌 사업자의 망 이용 대가 문제가 해결되면 양측은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변화하는 망 중립성 개념으로 설명된다.
과거 통신 시장 초기에는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압도했기 때문에 망 중립성 개념도 통신사 자의의 망 관리 최소화 방향으로 정립됐다. 그러나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운 인터넷 사업자가 성장하고 급기야 수익을 추월하는 지경에 이르자 망 중립성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통신망 증설·유지 비용을 인터넷 사업자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는 가입자 요금으로 이미 망 이용 대가를 충분히 부담했다는 입장이지만 통신사는 인터넷 사업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부담률이 너무 적다는 논리를 편다. 앞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등 대용량 데이터 시대로 갈수록 이 문제는 표면화될 가능성이 짙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