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2014년 8월 누진제 관련 첫 소송이 제기된 지 3년여 만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제16민사부는 27일 김 모씨 외 868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씨 등은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한 만큼 정당하게 계산한 요금과의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한전은 과거 전기 공급 약관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을 6단계로 구분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 단가가 비싸지는 구조다. 처음 100킬로와트시(㎾h)까지는 ㎾h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지만, 500㎾h를 초과하는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나 비싸진다. 이에 전국 9개 지역에서 9000여명이 같은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현재 누진 구간을 줄이고 요금 인상폭을 축소했다.
법원은 2014년 8월 누진세 관련 소송이 진행된 이래 처음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사법부는 전기요금누진체계가 관련 법률 및 고시에 근거가 있다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한전이 사전에 고객과 교감 없이 요금 제도를 설계했고 이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가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이날 판결이 다른 누진제 소송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누진세 소송을 대리한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전기요금누진체계가 관련 법률 및 고시대로 운영됐다 해도 약관이 위법일 수 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면서 “이 사건에 직접 참가해 주신 소송참가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