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20세기 중반에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미국물리학회 연차 총회에서 처음으로 예측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원자·분자 구조와 물성 측정 실험이 가능하게 되면서 나노 과학 기술은 세계의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많은 기초 및 응용 연구, 산업 활용을 위한 개발을 21세기 시작과 함께 촉진시켰다.
이런 시대의 요구에 따르는 과학 기술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이미 국내에서는 2001년에 '국가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2002년에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국책 과제를 통해 체계화된 지원이 이뤄지고, 그 결과 이제는 국내 나노 분야의 기초 연구 논문과 응용 기술 특허의 외형 및 내실 성과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
나노기술(NT)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발견된 풀러린, 탄소나노튜브(CNT)와 같은 탄소 기반의 0차원과 1차원 소재로부터 발전했다. 이후 기존 소재 또는 소자 성능의 눈부신 향상이나 신물성 구현을 위한 복합 소재 개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응용 제품 개발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0년에 노벨상을 받은 탄소 기반의 2차원 나노 소재 그래핀은 NT 연구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됐으며, 세계의 다양한 2차원 물질 제조와 물성 연구, 전자소자응용 연구를 선도했다.
물론 그동안 나노 소재에 관한 약간의 과장된 예측이 있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과학 창의성 및 산업 용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NT는 미래를 선도할 기술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필자는 이미 나노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연구 재단 지원의 선도연구센터(SRC)인 '나노튜브, 나노복합구조 연구센터(성균관대 박종윤 센터장·2001년 설립)'에 참여, 탄소나노튜브의 물성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축적한 저차원의 나노 소재 물성에 대한 기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는 센터장으로서 선도연구센터(NCRC)인 '나노소재 기반 휴먼인터페이스 융합연구센터'를 수행하며 다양한 나노 소재 기반의 유연(flexible), 웨어러블(wearable) 소자와 나노 복합 소자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이러한 응용 관련 연구 결과는 나노 소재와 소자 제작 기술 발전에 따라 형태 변환이 가능한 전자 소자, 디스플레이, 에너지 소자, 센서 등 다양한 응용 제품이 개발되고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전자 제품과 시스템 국제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전자기술위원회의 전자 제품을 위한 나노기술 분과 의장(convener)으로 활동하면서 나노 소재, 소자 상용화 기술의 산업계 적용을 위한 활동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그래핀 품질 고속 검사 표준, 그래핀 복합체 전기 물성 표준, 그래핀과 2차원 물질 기반 나노 소자의 저항 특성 표준 등을 제안하는 등 국가 지원을 받으며 수행하고 있는 독일·일본·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나노 소재 관련 국제 표준 경쟁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성과 배출이 지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NT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제 간, 기술 간 융·복합 연구개발(R&D)을 수행할 새로운 전문 연구자 양성의 인력 인프라 안정 구축이 핵심이다.
NT는 단기로 볼 때 기존 산업 분야에 적용돼 기존 소재와 소자의 성능 향상이나 기능 확장을 할 수 있지만 사실 특성의 본질은 기반 기술이다. 장기로는 타 산업과의 융합에 의해 새로운 활용 분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융·복합화가 중요한 특성으로 인식되는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해 NT가 기반을 제공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에 따라 제조 정보기술(IT) 구현, 융·복합 등을 통해 NT가 미래 지속 성장의 동력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시스템화를 통해 기반 기술과 상용화 간극을 줄여야 한다. 이 시스템이 기존 인프라와 잘 연계되는 플랫폼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용화 기술 전 주기에 걸친 지원으로 많은 수의 강중소기업 육성, 원천 기술 개발, 상용화 연구를 위한 전문 인재풀을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고 선도하기 위한 독점 표준화 연구 등에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지범 성균관대 부총장 jbyoo@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