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를 처음 만지면 대화면 스크린에 조이패드가 붙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디스플레이 등 본체의 중요 부품을 스마트폰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낯설지 않다. 플라스틱이지만 무광 스틸 느낌이 난다. 고급스럽다. 게임기보다는 태블릿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좌우 양쪽으로 분리되는 조이패드는 스위치를 안정되게 쥐도록 도와준다. 좌우 조이스틱 위치를 상하로 달리해 안정감이 느껴진다.
화제가 된 '젤다의 전설:브레스오브다와일드'(젤다의 전설)를 해봤다. 게임 로딩 시간은 굉장히 짧다. 같은 버튼을 연타하는 것만으로 플레이를 마친 지점에서 게임을 이어 갈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휴대형 게임의 본질을 잘 구현했다.
'젤다의 전설'은 닌텐도 스위치를 위한 게임이다. 휴대형 게임으로는 높은 그래픽 화질이 우선 눈에 띈다. 자유도가 높은 오픈월드 게임이라는 점에서 고퀄리티 그래픽은 만족도가 크다. 알려진 대로 게임 안은 물리 법칙이 잘 구현됐다.
거의 대부분의 오브젝트를 기어 올라갈 수 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불의 움직임이 변한다. 같은 대상을 공격해도 방법에 따라 타격감이 다르다. 이런 구조를 활용, 다양한 퍼즐을 푸는 던전을 제공한다.
'젤다의 전설' 자유도는 게임 안에서 캐릭터 움직임을 자유롭게 구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움직임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였다. 벽을 기어오르는 움직임이 대표 사례다.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헤엄을 칠 때도 마찬가지다. 대시 기능을 사용, 익사하기 전에 목적지에 닿아야 한다. 온도가 높거나 낮은 곳을 지날 때면 조건은 더 가혹해진다. 자유로운 활동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원래 자유도가 높았지만 스위치에서 그 장점이 만개했다. 고품질의 그래픽 오픈월드 게임을 움직이거나 누워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에 큰 동기를 준다. 스토리 라인을 급하게 따라가지 않더라도 잠깐씩 접속, 게임 안에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즐거움이다.
거치형 게임이나 저품질의 휴대형 게임이라면 이런 동기를 줄 수 없다. 던전 안에서 퍼즐을 풀고, 야생에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게임의 실마리를 풀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과 목적에 쫓기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은 스위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거치형이나 조이패드를 분리해서 즐기는 것은 충분히 플레이하지 못했다. 스위치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지만 굳이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조이패드를 나눠 테트리스를 즐기는 것은 관찰해 봤다. 어린이와 게임을 즐기거나 지인끼리 가볍게 즐기는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다만 스위치는 필요할 때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각각의 용도에서 하드웨어(HW)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HW를 개발하며 용도를 분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게임 장인이 만든 공예품이다. '젤다의 전설'과 스위치는 종종 '혁신'으로 불린다. 혁신이 '기존 법칙을 완전히 바꾼 것'을 의미한다면 스위치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틀렸다. 닌텐도는 스위치를 통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더 확장하고 편하게 닦았다.
'젤다의 전설'을 휴대폰에서 가상 패드로 즐긴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게임 안에 구현한 콘텐츠를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조이패드를 붙인 별도의 HW 전용 게임으로 만든 이유가 있다. HW와 게임 소프트웨어(SW)를 합치면 40만원이 훌쩍 넘지만 게임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