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초대 내각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3일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당 부처 첫 여성 수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은경 환경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내각에 이름을 올렸다. 장관급인 국가보훈처장과 국민권익위원장도 여성이다. 여성 비율이 25% 수준이다. 그러나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에서 여성이 임명된다면 30%에 가까워진다. 내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은 분명 고무되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여성 인재,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회 불합리와 부정 인식은 논란이 돼 왔다. 요즘에는 “여성이 이제 살 만하지 않으냐” “남녀를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식으로 대화 자체를 이어 가지 않는 때도 많다.
2015년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인구 4970만5663명에서 여성이 2489만5824명으로 남성 2481만9839명을 추월했다. 이와 더불어 대학 진학률, 교육 기간 등 여성의 교육 수준도 남성을 앞서가기 시작했다. 교직, 공직, 사법시험 등 전문직에서는 이미 여성 인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여전히 여성의 잠재력과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여성 잠재력이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자는 현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과 여성벤처기업 대표직을 맡고 있다. 업력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여성의 역할과 여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 우리 사회가 여성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이 잘 조성돼 있다는 내용이 아니다. 늘 부족함과 아쉬움을 담아 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산업계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성 인재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닌다. 개선은 되고 있지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여성 사업체가 37%라고 말하지만 생계형 소자본 창업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부가 가치가 높은 기술 창업형 기업인 벤처기업의 비중은 여전히 8%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에서 많이 개선됐다고 해도 사업 파트너로서 여성 CEO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여성 근로자나 CEO가 열악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뎌 왔는지는 관심 밖이다.
이제는 여성을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인식하고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함께 여성과 여성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뚜렷한 목표와 함께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필요하다. 보호나 지원이 아니라 육성으로 봐야 한다.
골프나 양궁 등 스포츠 분야에서는 여성 선수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 만방에 떨치고 있다. 앞서 개척한 선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여성 인재가 창업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산업계에서도 선순환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 창업하려는 여성이나 기존의 여성 기업도 롤모델을 보고 배우면서 제2, 제3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여성이 남성 인구를 추월했다는 수치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여성과 남성이 대등한 위치에 왔는지, 여성은 우리 사회 속에서 동등한 위치와 관계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시대에는 대한민국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 관심이 지속되길 바란다.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장 sora@ui8.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