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경쟁 '판'을 바꾸자]〈3〉단말기 자급제 검토](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0891_20170704160535_082_0001.jpg)
우리나라 휴대폰 이용자의 98% 이상이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한다. 일본(96%)을 제외하면 유일하다. 북미(64%), 서유럽(56%), 중국(30%), 아시아(25%) 등 대다수의 국가 이용자는 이통사 이용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현저하게 낮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이용자가 휴대폰은 유통점에서 구매하고 이통 서비스는 대리점에서 가입하는, 휴대폰과 이통 서비스를 분리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이통사에서 단말을 구입하고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말은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이라는 복잡 다단한 경로를 거쳐 유통된다.
단말기 자급제는 중간 유통을 생략한 '산지 직송' 같은 개념이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중간 유통으로 사라지는 것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기존 구조의 문제는 복잡한 유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 지출이다.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은 물론 휴대폰을 개통한 유통점(대리점·판매점)에 장려금을 지급한다. 이른바 '리베이트'로, 연간 4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하면 당장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어진다. 1~2년 약정을 전제로 요금만 할인해 주면 된다. 장려금 지급 규모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는 휴대폰으로 가입자를 유혹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차별 요금제와 서비스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파격 요금제를 낼 수 있도록 규제만 풀어 주면 된다.
제조사도 경쟁의 장으로 내몰린다. 일반 가전과 마찬가지로 마트나 유통점에서 고객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제조사 간 단말 판매 경쟁으로 출고가 인하 압박이 불가피하다. 단말기 자급제 효과는 알뜰폰에서 검증됐다. CJ헬로비전, 유플러스 알뜰모바일이 이통사보다 50% 저렴한 '유심 온리 요금제'로, 반값요금제를 실현했다.
단말기 자급제를 위한 기술 장애물은 대부분 제거됐다. 정부는 2008년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 2013년과 2014년 유심이동성 제도를 끝으로 기술 문제를 해결했다. 단말기 하나로 모든 이통사 이용이 가능하다.
자급제가 도입되면 단기로는 단말기를 제값 주고 구매해야 한다. 단기간에는 이용자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는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중소 유통점 등 골목상권 위축이다. 단말기 자급제로 인한 유통점 위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유통 구조에서 단말기 자급제를 추진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를 촉발시킬 수밖에 없다.
유통점이 단말 판매와 동시에 이용자가 원하는 이통사 개통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유통점은 소비자 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일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20년 동안 고착화된 유통 구조를 일시에 개편할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유예를 두고 시행하는 단계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단말기 자급제 단독으로는 이통사와 제조사 모두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경쟁을 활성화하는 다른 정책과 병행한다면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공산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단말기 자급제 비중, 자료: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