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복지 구현을 미디어 분야 관련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세부 실천 내용으로 시청자 주권 보호, 시민 참여 방송 활성화 추진, 미디어 교육 활성화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용자 복지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인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완전 해소가 공약으로 적시돼 있지 않아 적지 않게 놀랐다. 지상파 방송 난시청이 모두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인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작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용자 중심 미디어 복지 구현은 국민 모두가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 구축이 가장 기본 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IP)TV, 스마트미디어 등 다양한 방송 미디어의 보급이 세계에서도 앞서 있는 한국에서 지상파 난시청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면 다소 놀랄 것이다. 그러나 산간이나 도서가 산재한 지형 특색으로 방송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난시청 지역 가구는 여전히 약 60만가구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가구가 방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법에는 지상파 난시청 해소를 지속 추진해야 하는 책임 주체로 KBS를 적시하고 있다. KBS는 모든 국민의 시청 보편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수신료를 징수할 권한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KBS가 주체가 돼 난시청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전파 특성상 난시청 지역을 지상파 송수신 시설만으로는 100% 해소할 수 없다. 그 대신 난시청 가구에 대해서는 수신료를 면제해 주는 임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금액 규모는 연간 약 2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한 대안이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난시청 가구에 방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위성방송은 지형과 관계없이 개별 가구의 직접 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송 기술상 난시청 해소에 가장 적합하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난시청 해소에 위성방송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방송통신위원회, KBS의 디지털100%재단, KT스카이라이프,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해서 저소득층 난시청 가구에 위성방송을 보급해 왔다. 2009년에 시작된 지원 사업 초기에는 KBS와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는 차상위 계층에게 8개 채널을 볼 수 있는 전용 방송 상품을 제공했다. 이 사업으로 4만8000가구에 방송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있으며, 수신 시설 설치 이외에 시청료와 사후관리(AS)비를 포함한 연간 14억원이 KT스카이라이프에 지원됐다. 그러나 2012년에 사업비가 소진, 2013년부터 KT스카이라이프는 어떤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난시청 해소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KT스카이라이프가 재정 이유를 들어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이를 해결할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올해 국회에서 5억원의 예산을 배정,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예산 배정으로 난시청 가구 해소 사업이 지속성을 띠게 됐지만 제도 안정화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예산 배정은 특별 지원 형태여서 언제든 삭감이나 삭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난시청 가구에 KBS 이외 설비를 이용한 방송 서비스를 할 경우 이에 대한 수신 시설 설치비용과 시청료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또 정부의 예산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난시청 가구는 산간오지나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에 산재해 있는 경우가 많고, 경제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서 정부 예산은 수신 시설 설치와 AS 지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시청료는 난시청 해소에 따라 징수되는 수신료로 충당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합리에 가장 들어맞다.
우리와 유사한 방송 제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은 NHK 방송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지역의 가구에 위성을 이용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면 제공받은 그 가구로부터 징수한 수신료를 위성방송에 지불하는 형태로 제도화했다. 난시청 해소는 정부의 실질 지원과 수신료 납부를 통한 형평성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완전하게 달성될 수 있다.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