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경유세 개편안 마지막 공청회에서 국책 연구기관이 경유세를 올려도 국내 총배출량 대비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1%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유세 인상으로 미치는 경제 효과보다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낮아 정부가 '경유세 카드'를 내놓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미 정부는 공청회 전부터 경유세 인상 방침이 없다고 밝혔다.
설령 경유세를 소폭 인상해도 발전용 에너지에 손을 대지 않을 수가 없다. 석탄, 원자력 등에 주는 세제 혜택은 그대로 둔 채 경유세만을 올리기에는 명분이 군색하기 때문이다. 결국 에너지 세제 전반에 걸쳐 손질이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시장은 왜곡됐다. 공청회에서도 “경유는 휘발유와 달리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인다”면서 “경유세를 인상한다면 1차 에너지인 경유를 쓰지 않고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식으로 전력 부문의 전환 수요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기 값이 저렴해져서 굳이 비싼 경유를 가져다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풍선 효과를 막으려면 에너지 세제 전체를 동시에 개편해야 한다. 국내 전기요금은 1차 에너지인 석유보다 저렴한 편이다. 상대 가격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제조업 등 산업 발전을 위한 전기 저가 공급의 일환으로 원자력과 석탄에 세제 혜택을 줬다. 천연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등은 세제 차별 정책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에너지원별 구성이 '경제 급전' 위주로 흘러가면서 안전이나 환경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뤄졌다.
장기적으로 원자력·석탄 같은 발전원에 과세를 늘리고, LNG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에너지 세제를 손봐야 한다. 어차피 LNG는 세제 혜택을 받아도 원료 자체 가격이 높다.
경유세도 전 국민 대상보다는 노후 화물차·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 저감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LPG차를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세금과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이유로 현 체계를 고집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항공, 의료 체계, 통신, 고속도로 등은 과거 납세자가 만들어 준 기반 시설이다. 자녀와 후손에게 맑은 공기를 물려주려면 그 비용은 현 세대가 지불해야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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