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돼 간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새 정부는 '물 관리 일원화'라는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0년 넘게 논의된 통합 물 관리가 드디어 빛을 본다. 그런데 요즘 정부조직법 개정 작업이 더디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지켜보는 농민처럼 속이 탄다.
통합 물 관리는 1992년 아일랜드의 '더블린 선언'과 같은 해에 지속 가능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브라질의 '의제 21'에서 필요성이 강조됐다. 현재는 세계 추세다. 유럽에서는 2000년에 이미 '유럽연합물지침'으로 통합 수자원 관리를 채택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물 관리 현황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물을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닌 토지에 부속된 자원으로 보거나 어떠한 용수로 취급한다. 여러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자원을 조각조각 나눠 각자의 소관 법령으로 관리한다. 대표 사례로 환경부는 수질과 하천 생태를 관리하고, 국토교통부는 수자원 개발과 하천의 이·치수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정책과 사업의 중복, 수자원의 비효율 배분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은 생명체의 필수 요소다. 물이 없으면 식량을 생산할 수도 없고, 깨끗하고 건강한 삶 유지도 할 수 없다. 물은 생명권을 비롯한 인권의 전제 조건이다. 국가는 수자원을 효율 관리, 국민이 물에 대한 일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할 책무가 있다.
물을 어떻게 통합 관리할 것인가. 우선 하천은 유역별로 상류와 하류, 수질과 수량, 지표수와 지하수, 생태계, 지역의 사회·문화를 종합 고려하는 유역위원회 같은 관리 기구가 필요하다. 하천에 의존해서 삶을 영위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하천은 본질상 시·도 간 경계로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생태계의 일부로서 주변 요소와 분리해 다룰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리된 물 관리 주체를 일원화, 주관 부처를 두는 것이 요구된다. 하천 복원 사업의 예를 들면 하천 정비는 국토교통부, 생태 하천 복원은 환경부, 소하천 정비는 국민안전처, 하천 환경 개선은 지자체가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런 체계에서는 통일성 있는 효율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처 간 기능 조정을 통해 일원화한다면 환경부로 일원화, 생태를 고려하면서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환경부 수질 관리 기능은 부처 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고, 수자원 개발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토교통부 수량 관리 기능은 축소됐기 때문이다.
물 관리의 다원화는 산재한 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법 정비도 필수다. 기본법의 성격을 띠는 법을 제정, 현재 법 체계를 긴밀하게 결합하는 방법이 그동안 수차례 국회에 제안됐다. 나아가 헌법을 개정하면서 통합 물 관리 원칙과 물 인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면 통합 기틀이 확고해질 것이다.
환경부로 물 관리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은 통합 물 관리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1997년 국무총리 소속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의 실패에서 보았듯 물관리위원회의 설치만으로는 실질 통합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환경부는 물 관리 전담 부처로서 책임감으로 일관되게 정책과 법·제도의 통합 및 발전을 주도해야 한다.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지금이 통합 물 관리 추진의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물 관리 부처 일원화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이 시간에도 가뭄의 고통과 수자원의 낭비가 공존하는 비극이 지속되고 있다.
김홍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hong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