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바퀴 축 모터(인휠)와 회생제동장치, 공공충전소 등은 100여년 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 이 모든 것들은 전기차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격과 성능 측면에서 배터리 기술의 진보가 더뎠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은 세계가 대체에너지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초창기 친환경차용 배터리는 엔진 역할을 보조하면서 안전하게 운송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니켈 계열 배터리가 주류를 이뤘다. 이후 친환경차 배터리 시장은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우수한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 등을 내세운 리튬 계열 배터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친환경차 배터리는 고전압 전기에너지를 저장해 차량 주행 모터를 구동시키고 각종 전장품에 전원을 공급하는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한다. 수백 볼트 고전압으로 큰 전류를 내기 위해 배터리 셀 수십개를 모듈화해 자동차에 탑재한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유형에 따라 특성화된 배터리셀이 적용된다.
내연기관과 전기구동기관이 협조하는 하이브리드카에서는 구동모터가 엔진을 즉각 보조하도록 높은 출력의 배터리셀이 적용된다. 모터만을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차는 에너지 저장 용량이 큰 배터리셀을 사용한다.
친환경차에 적용되는 배터리시스템은 배터리셀, 배터리관리장치(BMS), 냉각팬과 전원차단장치 등이 하나의 모듈로 합쳐져 구성된다. 각각 구성품은 △에너지 공급과 차단 △충전상태 진단 △배터리 수명 예측 △최적의 작동 온도 등 배터리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작동한다. 배터리시스템은 충돌 등의 응급 상황에서 구조적, 전기적으로 안전해야 한다.
현재 완성차 업체별 배터리시스템은 각각 상품 전략에 따라 다양한 탑재 레이아웃을 가져간다. 배터리 적재 공간에 따른 화물 공간, 승객 공간, 안전성과 AS, 조립성능과 주행성능 등을 종합 검토하는 것이다. 전략에 따라 친환경차 배터리시스템은 트렁크, 차체하부, 뒷좌석 하부 등에 탑재된다.
배터리시스템을 트렁크에 탑재할 경우 적재 공간이 좁아지고 후방충돌을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게 된다. 차체하부에 탑재하면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지만 배터리시스템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강성 확보가 필요하다. 현대차 '아이오닉'은 기존 트렁크에 위치했던 고전압배터리를 '시트 프레임 일체형' 구조로 개선해 뒷좌석 시트 아래에 탑재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안전성도 확보하면서 공간 활용성도 높였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중간 단계로 간주되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기술인 '컨버터 통합형 48V 배터리 시스템' 독자 개발에 성공하고 내년 양산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컨버터 통합형 48V 배터리시스템은 기존 컨버터와 배터리시스템 2개 부품으로 각각 분리 적용해야 했던 것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다. 경량화, 소형화 추세에 맞게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냉각효율도 높였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