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공공와이파이 확대 전략 핵심은 '학교'와 '버스'에 와이파이 접속장치(AP) 20만개 설치다. 많은 공공와이파이 설치 대상 중 학교와 버스를 선택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이용자 수를 고려, 새 정부 '통신비 절감' 공약에 가장 부합하는 대상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학교와 버스 공공와이파이 설치는 각각 효율성과 운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실마다 필요한가
초·중학교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되며 학교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증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 활성화를 위한 초·중학교 무선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수년에 걸쳐 7000여 초·중학교마다 4개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한다. 디지털 교과서를 쓰는 수업을 해당 교실에서 실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정위 공공와이파이 사업 계획은 초·중·고 1만1563개 학교 교실 전체가 대상이다. 모든 교실에서 SW를 교육하고 인터넷을 쓰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학교 내에서 학습활동 때문에 소모하는 데이터가 많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에 '학생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가 많아 효과가 없다' '수업 집중도를 낮추고 게임 중독자를 양산한다' 등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교실마다 와이파이를 설치했을 경우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특정 수업 시간에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용도라면 굳이 교실마다 와이파이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교육부 계획대로 디지털 교과서 등 특정 수업을 위한 일부 교실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교실 이외 기타 장소에 와이파이 존 2~3곳을 만들면 비용도 줄이고 수업 집중도 저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며 “수천억원을 투입해 교실마다 와이파이를 모두 설치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스쿨 구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와이파이가 아닌 태블릿PC 보급 비용인데 와이파이 비용을 줄여 태블릿PC 보급을 늘리는 게 낫다”며 “교육부가 와이파이 설치 사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학교 교실 전체를 '공공와이파이 사업 대상'으로 삼는 게 현실적인지 공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스, 수백억 운영비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발주했던 버스 와이파이 사업이 유찰됐다. 조합은 버스 7400대에 30Mbps 이상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눈에 띄는 점은 예산을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고 모바일 광고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모바일 광고 수익은 예측이 어렵다. 참여 사업자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합이 이 방식을 채택한 것은 이동형 와이파이 구축·운영이 고정형보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동 와이파이에는 관제기능이 필요하다. LTE 라우터, 모바일 백홀 등 구성이 고정형과 다르다. 데이터 요금도 고정형보다 비싸다. 5년간 버스 5만대에 5만 AP를 설치·운영하는 비용과 학교에 15만 AP를 설치·운영하는 비용이 비슷한 것도 데이터 요금을 비롯한 이동형 와이파이 운영비 때문이다.
와이파이 업체 관계자는 “고정형 와이파이는 구축비만 마련하면 운영이 쉽지만 이동형은 운영비 부담이 매우 크다”며 “전국 버스에서 와이파이를 운영하면 매년 수백억원을 운영비로 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와이파이로 운영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운영비는 문재인 정부 5년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버스에 공공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기간에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운영비 절감을 위해 이통사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 참여가 불가피하다면 정부가 아닌 '지자체+이통사'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가 운영 주체가 되면 장기간 예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에 투자할 비용으로 보다 많은 장소에 고정형 공공와이파이를 구축, 운영비를 줄이고 공공와이파이 이용자층을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 주장이다.
◇효율성·시급성 우선해야
국정위 계획대로라면 버스와 학교 공공와이파이 설치로 1000만명 이상이 연간 최대 약 8000억원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이 낮고 운영이 부담되는 학교와 버스 대신 다른 장소에 공공와이파이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고 있다.
정부가 2012년부터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해왔지만 구축률은 10% 미만으로 여전히 공공와이파이가 필요한 지역이 많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이 자주 찾는 시도 청사와 주민자치센터, 중앙부처 부속기관 등 전국 공공기관에 필요한 공공와이파이만 약 5만개다.
이용객이 많고 오랜 시간 머무는 버스터미널에 7000개, 은행에 1만5000개, 공연장·박물관·도서관 등에 1만개 정도가 요구된다. 장애인시설, 사회복지관, 노인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와이파이 구축률은 15% 수준으로 5만개가 더 있어야 한다. 전통시장은 구축률이 높지만 여전히 5000개 정도가 모자라다.
공공와이파이가 통신비 절감과 정보격차 해소 등 도입 목적을 살리려면 아직 해결 과제가 많다. 품질을 높이고 보안도 강화해야 한다.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 국정위가 적재적소에 예산 사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