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동일한 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매달 지출되는 통신비는 천차만별이다. 공시지원금을 선택하고 삼성전자 갤럭시S8을 구입한 소비자와 갖가지 혜택을 꼼꼼히 챙긴 소비자의 2년간 통신비는 약 60만원 차이가 난다. 통신비 절약은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원금 VS 선택약정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스마트폰 갤럭시S8(64GB)을 6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구입한다고 가정한다. 단말기 할부금 납부 기간과 약정은 2년 기준이다.
갤럭시S8 출고가는 93만5000원으로, 24개월 할부로 나눠 낼 경우 단말기 할부 수수료는 5.9%가 붙는다. 소비자가 실제 납부하는 단말기 할부금은 99만165원으로, 매달 4만1250원을 낸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월정액은 이동통신 3사 모두 6만5890원이다. 아무런 혜택 없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고 갤럭시S8을 구입하면 2년 동안 매달 10만7140원을 납부하게 된다.
9일 기준으로 이동통신 3사가 6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책정한 갤럭시S8의 최대 지원금은 약 22만원이다. 소비자는 유통망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 3만30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총 지원금은 25만3000원이다. 24개월 동안 매달 내는 통신비는 9만6600원이 된다. 지원금을 받으면서 매달 약 1만원이 할인된 것이다.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할인(요금할인 20%)과 각사가 제공하는 통신비 할인 프로그램을 최대로 활용하면 월 지출 비용이 달라진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소비자가 선택약정할인을 택하면 매달 1만3170원 할인을 받는다. 월 통신비는 기본 9만3970원이다. 지원금을 받았을 때보다 약 3000원 더 저렴하다.
◇추가 할인 프로그램 '꼼꼼히'
SK텔레콤은 장기가입자 할인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고객 가족이 사용하는 통신 서비스를 묶어 할인하는 방식이다. 유선 서비스도 상관없다. 20년 이상 가입 고객에게 월 통신 요금의 10%를 감면해 준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기준으로 매달 6580원이 추가로 할인된다.
신용카드 할인도 빼놓을 수 없다.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SK텔레콤이 지정한 카드로 통신비 자동 이체를 신청하고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이면 매달 1만5000원을 할인 받는다. 장기 가입과 신용카드로 발생하는 추가 할인 금액은 매달 2만1580원이다. 선택약정할인과 이를 함께 적용하면 매달 납부하는 통신비는 7만2390원이 된다.
KT는 이통사 가운데 유일하게 단말기 할부금을 멤버십으로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단말기 할부금의 5%(최대 5만원)를 별도로 할인하는 방식이다. 갤럭시S8 24개월 할부금 99만160원에 5%를 적용하면 5만5160원을 감면 받게 된다. 매달 내는 단말 할부금이 3만9300원으로 줄어든다. 신용카드 할인은 매달 1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할인 혜택을 적용했을 때 월 통신비는 7만6020원이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모아 단말 할부금을 할인 받는 방법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온라인 직영몰인 U+샵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약정할인 20%에 더해 7%를 추가로 할인해 준다. 월정액의 27%를 24개월 동안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U+샵 추가 할인을 적용하면 매달 1만7780원을 할인 받는다. 신용카드 할인액도 1만7000원으로 가장 많다. 할인 프로그램을 모두 적용하면 월 통신비는 7만2360원으로 줄어든다.
갤럭시S8을 구입하면서 단순히 지원금만 받았을 때와 할인 프로그램을 모두 적용했을 때 월 통신비는 2만4240원 차이가 난다. 24개월로 계산하면 총 58만1760원의 통신비가 벌어지는 셈이다. 웬만한 중가폰 정도는 구입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매월 1만~2만원의 통신비 차이를 소홀히 여겨선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
이통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갤럭시S8을 어떤 방식으로 구입하느냐에 따라 실제 지출하는 통신비는 천차만별”이라면서 “휴대폰 유통점에서 모든 할인 프로그램을 안내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 스스로가 혜택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명한 통신 소비를 위한 첫 단추는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에 출시된 주요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고가는 평균 약 5.5% 높아졌다. 반면에 주요 단말기 공시 지원금은 2014년 이후 매년 20% 줄고 있다. 단말기 구매 부담은 늘어나고 있지만 지원금 규모는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이통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까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받을 수 있는 할인 프로그램은 '지원금(당시 보조금)'이 거의 유일했다. 지원금을 많이 받으면 싸게 사는 거고 그 반대면 비싸게 사는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도입됐고, 지원금 과다 지급에 대한 처벌법이 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전히 정보에 발빠른 소비자는 페이백 등 불법 지원금을 받고 스마트폰을 구입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극히 일부만 편법으로 스마트폰을 싸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법을 어기지 않고 통신비를 아끼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소비자 스스로가 혜택을 꼼꼼히 챙기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조언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